대학이 밀집해 있는 중국 베이징시 서쪽 우다커우 거리. 중국어 수업을 끝낸 한국 학생 20여명이 학원에서 쏟아져 나온다. 앞에는 이들을 한인타운인 왕징으로 실어나르기 위해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다. 왕징 인근 화자디에 있는 '베이징 94중'(중·고교)엔 얼마 전 '유학생 사무실'이 새로 생겼다. 쏟아지는 한국 유학생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베이징시에서 하숙을 치는 한 교민은 "유치원생까지 보내겠다고 해 거절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급부상을 계기로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학생은 물론 상대적으로 입학이 쉽다는 것을 노린 도피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중국으로 몰려오고 있다. 중국 교육부가 공식 집계한 한국인 유학생은 2004년 기준 4만3617명(대학 기준,어학연수 포함)으로 2000년 1만6787명보다 2.5배 늘었다. 최근 들어 급증한 초·중·고 조기 유학생까지 합하면 5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베이징에서만 초·중·고교에 다니는 한국인 학생이 작년 4월 말 현재 3585명으로 이 중 주재원 부모를 따라 온 자녀를 뺀 순수 조기유학생이 절반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증가율만으로 보면 미국 유학을 앞질렀다. 서울 초·중·고생 중 미국으로 유학간 학생은 2004년 4818명으로 전년보다 483명,11.14% 증가한 데 비해 중국 유학생은 1765명으로 전년보다 316명,21.8% 늘었다. 미국보다 학비가 싸고 인천~베이징 간 비행시간이 두 시간이 채 안돼 부모가 쉽게 다녀 갈 수 있는 데다 실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생도 입학이 쉽다는 장점 때문에 갈수록 중국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입시 사기를 당하는 학생,학업 스트레스를 못 이겨 자살하는 학생,목표 설정이 분명치 않아 방황하는 학생 등도 적지 않아 폭발하는 중국 유학에 대한 경종의 소리도 높아가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