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8·31 부동산대책'에 이어 강도높은 2단계 대책을 예고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올 들어 일부 지역 부동산값이 다시 들썩이는 것은 시장원리와 맞지 않는 일시적 현상이지만 예정했던 대로 추가 대책을 정부에서 거의 마무리한 상태인 만큼 곧 내놓을 것"이라고 말해 2단계 대책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2단계 대책은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강남 재건축 규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 자체를 없애기 위해 개발이익 환수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 초강수가 동원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정부는 추가 세제 개편은 하지 않는 대신 △개발부담금 부과 △조합원 지분(분양권) 전매 금지 확대 △주택 채권입찰제 적용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세청에서는 재건축 아파트 지역 등에서 투기가 과열될 경우 즉각 인력을 투입해 조사를 벌이겠다는 기본 방침을 세웠다. 국세청 관계자는 "전체적인 부동산 시장은 조용한 편이지만 강남과 분당 아파트 등 일부 부동산이 수요·공급 간 불균형으로 과열되고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이달 초 출범한 부동산납세관리국을 중심으로 투기과열지구에서 어떤 조직적 투기 세력이 개입했는지 등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해 조만간 조사가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정부가 '강남 재건축'을 핵심 타깃으로 전방위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이라는 정황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건교부는 서울시의 재건축 인·허가권을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한 데 이어 주공 산하 기관에 재건축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불거졌던 지자체 재건축 인·허가권 환수 문제는 '예고편'에 불과하다"며 "재건축 관련 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 대책을 포함한 장·단기 대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열린우리당 역시 2기 부동산정책기획단(단장 이강래 의원)을 중심으로 현재 논의 중인 분양가 인하,청약제도 개편,전·월세 안정 방안 등에 앞서 재건축시장 안정 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정하고 세부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기획단은 특히 올 하반기 시행될 기반시설부담금제만으로는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개발이익 추가 환수 방안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세부 방안으로 △임대주택 의무건립 비율 강화 △개발부담금 부과 △조합원 지분(분양권) 전매 금지 확대 △주택 채권입찰제 적용 방안과 함께 재건축 때 공원 등 일정 면적의 공공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식으로 재건축 정비기본계획을 탄력 운용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노 대통령의 발언과 일련의 정부 움직임에 대해 전문가들은 "8·31대책이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었다면 이번에는 집값 불안이 재연되고 있는 서울 강남,특히 재건축과의 전쟁이 시작됐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남 등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을 상대로 또 다른 규제정책을 내놓을 경우 내성만 키워 시장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 전문가는 "정부는 8·31대책이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정책 조급증에 걸려 있다"며 "강남 집값에 집착하기보다 오히려 집이 안 팔려 시름하는 수도권 외곽지역에 대한 정책을 세워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강황식·김현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