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식 경찰청 차장의 수행비서인 강희도(40) 경위가 21일 오전 10시 30분께 강원 원주시 호저면 내호리 상천부락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청 관계자는 "자살 사실이 보고된 뒤 고인이 근무하던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차장 부속실에서 자필 유서가 발견됐다"며 "강 경위가 금요일인 20일 출근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강 경위는 A4지 5장 분량의 연필로 쓴 유서에서 "사랑하는 자기야! 정말로 겁나 행복하게 살고 싶었는데 여행도 다니고 하면서 말이야. 못난 나를 만나서 아니 더러운 세상을 접하게 된 것이지 시간이 흐르면서 말이야…"라고 썼다. 그는 모 검사의 이름을 `S검새님(`검사'를 잘못쓴듯)'이라고 지칭하며 "주식에 투자한 것은 차장님(최광식 차장)께 용돈 받은 것을 모아 부인이 모르게 비상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는 "윤상림은 잘 몰라요. 전화는 가끔 오긴 하더구만"이라며 자신이 이번 사건에 대해 잘 모른다고 주장했다. 그는 "어떻게 하다가 이런 세상을 만났을까? 인생이 차가 왜 이렇게 험난하게 가는 걸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가 거짓인지 모르게 가는 이 세상 정말 싫다 싫어"라며 신세를 한탄했다. 강 경위는 가족들에게 "차장님한테 빌려드린 돈도 있어. 통장에 많이 못 남겨서 미안하다. 행복하게 살아라"라고 쓴 후 "뉴스 없는 세상으로 가자! 검새 없는 세상으로 가자!"라며 검찰과 언론에 대한 불만을 나타냈다. 발견 당시 강 경위는 평상복장 차림이었고 주변에서 술병과 담배, 배터리가 분리된 휴대전화 등이 놓여 있었다. 경찰은 강 경위의 카니발 승합차를 찾던 중 강 경위가 이날 원주지역 일대에서 휴대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확인, 수색 작업을 벌여 21일 오전 강 경위의 차량을 발견한데 이어 차량에서 200여m 떨어진 야산에서 강 경위를 발견했다. 강 경위의 시신은 원주의료원에 안치됐으며 숨진 채 발견된 곳은 자신의 고향 집 인근 선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강 경위의 부인은 강 경위가 지난 20일 오후 2시께 귀가하지 않자 경기도 일산소방서에 신고했고 이는 곧바로 경찰에 통보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에 대해 "강씨의 상사인 최광식 차장과 브로커 윤상림씨와의 관계에 대해 조사할 것이 있어 강씨를 20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고 소환했으나 강씨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강 경위가 최 차장을 대신해 송금 심부름을 하는 등 윤씨와의 돈거래에 연루된 정황이 계좌추적을 통해 포착돼 20일 오전 10시 소환 통보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강 경위는 조사를 앞두고 심적 부담에서 자살한 것 같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을 통해 변사사건을 지휘하면서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비서인 강 경위를 통해 윤씨의 차명계좌로 돈을 송금하는 등 강 경위에게 돈 심부름을 시켰으며 최광식 차장의 계좌와 윤씨 차명계좌간에 수천만원대의 돈거래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최광식 차장을 지금 소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 당장 소환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돈거래 경위가 파악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최차장의 혐의를 단정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최 차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소식을 듣고 강 경위의 원주 고향 집에 급히 내려왔다"고 말했으나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자세한 경위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순경 출신으로 1990년 경찰에 입문한 강 경위는 지난해 말 허준영 전 청장이 물러난 이후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최광식 차장의 수행비서로 최 차장이 전북경찰청장이던 시절부터 함께 일해 왔으며 작년 12월 경위로 승진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이재현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