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아마존에서 베스트셀러 '해리포터와 혼혈왕자'를 물리치고 '달러의 경제학(The Demise of the Dollar)'(애디슨 위긴 지음,이수정 옮김,비즈니스북스)이 출간되자마자 1위에 오르는 이변이 발생했다. 저자는 현재 '뉴욕타임스 매거진''CNN머니' 등의 매체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미국 정부의 경제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경제 논객.이 책은 미국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으로 인해 '달러'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달러의 몰락이 세계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내용으로 미국 경제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달러가치는 최근 몇 년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올들어 이런 움직임이 역력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1971년 금본위제를 폐기할 때부터 달러 약세는 예견된 것이라며 역사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달러가 왜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는지 파헤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긴축재정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 보다는 국민소득(GDP) 등 경제통계 조작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며 오히려 소비를 조장시켜 왔다고 보는 대목이 종전의 관련서적과는 다른 점이다. 결국 이 같은 미국 정부의 대응이 쌍둥이 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이제는 달러가치가 몰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세계 준비통화인 달러의 몰락이 미국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의 중앙은행 외환보유고는 약 3조달러에 이르는데 이 중 3분의 2가 달러다. 주 매입자는 중국이나 일본으로 대부분 아시아 은행들이다. 많은 국가들이 달러를 본위로 하기 때문에 달러가 몰락하면 가공할 만한 위력의 미국발 경제 쓰나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경우 2조달러 규모의 부실채권을 보유한 13개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하락을 막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다른 국가들이 달러의 몰락을 막으려는 노력을 하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앞으로 연방정부와 FRB는 역사 속에서 몰락한 화폐의 사례들을 반면교사로 삼고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달러폭락과 해결책 모두 칼을 쥐고 있는 쪽은 미국이며 칼날이 향한 방향 또한 미국이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달러 몰락이 가져올 위기와 기회에 대해 기술한 최신작으로 달러 약세 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투자 전략까지 제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지적한 상황대로 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그렇지만 연초 달러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그동안 미국경제와 달러가치에 대해 무엇이 문제인지 이 책을 통해 깊게 성찰할 수 있다. 296쪽,1만3000원.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