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중대형 아파트 설계·수주 일괄수주공사 입찰 설명회가 열린 16일 오후 2시 성남 분당의 주택공사 3층 회의실 앞.200명에 달하는 각 건설사 관계자들이 거의 모두 입장했을 무렵,회의실 앞에서 작은 소란이 일었다. 주공 홍보실 관계자와 함께 이곳에 입장하려던 기자들 4명을 설계처 담당자가 막아선 것."판교 공부하러 가자"며 기자들을 대동했던 홍보실 관계자는 뜻밖의 일로 난처한 입장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 담당자는 막무가내로 업무 방해죄 운운하며 기자들의 취재를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입찰과 계약 체결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기자들을 들여보낼 수 없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공기업인 주택공사에서 전 국민의 관심사인 판교 분양에 관한 설명회를 열면서 이를 외부로 알리지 않겠다며 문을 닫아걸고 여러 명의 직원을 배치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로마 교황청의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해 바티칸에 추기경들이 모여 행하는 비밀 집회)를 연상시켰던 이날 설명회는 주공 관계자들의 해명처럼 입찰을 하거나 계약을 체결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단지 입찰의사가 있는 건설업체들에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였을 따름이다. 주공이 이 같은 비상식적인 행동을 한 이유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판교 중대형 평형을 35층까지 짓는다는 보도가 나가자 이것이 논란을 일으킬까 우려해 관련 내용을 회수하는 해프닝을 벌였기 때문이다. 비밀로 할 일은 아니지만,설계 관련 내용이 혹시라도 보도되면 '구설수에 오를까봐' 지레 움츠러든 것이다. 주공의 소심한 '보신주의'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겉으로 드러내놓고 해도 될 일을 굳이 감추면 뒷말만 무성해지는 법이다. "요즘 35층 짓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자꾸 숨기는지 모르겠다"는 주공 내부 관계자들의 불만을 당사자인 주공측은 알기나 하는지 모를 일이다. 이상은 건설부동산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