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듯한 집만 한채 있을 뿐 생활비는 턱없이 부족하고,그렇다고 장수(長壽)리스크를 감안할 때 자식들에게 집을 넘겨주고 얹혀살기도 그렇고….생활비 부족은 전세계 노인층들이 겪고 있는 공통된 고민이다.


퇴직금은 떨어지고,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이 '역모기지론'(reverse mortgage)을 그 해법으로 제시하고 관련 상품을 개발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현실의 반영이다.


역모기지론은 특별한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소유 주택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사망 때까지 매달 또는 일정 기간마다 생활자금을 연금 형태로 대출받는 금융상품.금융회사는 계약자가 사망한 뒤 주택을 매각해 대출을 회수한다.


우리 정부도 올해 안에 이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은행 농협 등 몇몇 금융회사에서 유사한 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르면 1월 중 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입법 절차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 중 선진국식 역모기지제도가 본격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6억원 이하 주택 대상될 듯


금융연구원과 주택금융공사 등은 역모기지론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상 연령을 만 65세 이상,대상주택의 가격 상한은 기준시가 3억∼6억원 수준으로 제시해 놓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방안을 토대로 세부안을 검토 중이어서 역모기지론 도입은 65세 이상의 1가구 1주택자가 보유한 최대 기준시가 6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전제로,기준시가 3억원(시가 4억∼5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맡길 경우 매달 100만원 안팎을 사망 때까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또 기준시가 5억원(시가 7억원 안팎) 주택은 월 170만원,기준시가 2억원(시가 3억원가량)이면 월 수령액이 최대 7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현재 민간 금융회사가 개별적으로 내놓고 있는 불완전한 역모기지 상품에 비해 계약자에게 훨씬 유리한 조건이다.


시중은행이 판매하는 역모기지 상품은 대체로 기준시가 3억원(시가 5억원)짜리 아파트에 15년 동안 한시적으로 매달 5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일반 금융회에서 주택 가격 및 금리 변동에 따른 손해 가능성을 고려해 월지급액을 최소한으로 책정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또 개별 계약자의 사망 연령을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는 점 때문에 역모기지론 계약 만기를 종신이 아닌 최대 15년으로 축소 운영하고 있다.


◆재산세 감면 등 다양한 세제혜택


정부가 역모기지론 활성화를 위해 우선 검토 중인 사항은 주택금융공사와 같은 공적보증기관의 보증이다.


이를 통해 계약자는 집을 담보로 일정 기간이 아닌 사망 때까지 종신토록 생활비를 빌릴 수 있도록 하고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장기 대출 운용에 따른 각종 부담을 덜어줄 방침이다.


집 값이 폭락하거나 계약자의 수명이 길어져 대출금 총액이 주택 가격을 초과하는 경우에도 원래 계약대로 생활비가 지급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물론 집 값이 오르면 일정 기간마다 재평가를 통해 연금을 늘릴 수도 있다.


다양한 세제 지원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역모기지 대상이 되는 주택에 대해서는 재산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에서부터 금융회사가 담보권을 설정할 때 등록세 감면 방안,대출금 이자에 대한 소득공제 방안,그리고 배우자가 역모기지 주택을 상속받게 될 때 상속세 공제 방안 등이 포함돼있다.


강종만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역모기지론의 큰 틀은 사회보장제도의 하나로 정착된 선진국 사례 등을 참고해 짜여질 것으로 보이지만 세부적인 방안은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