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실종된 30대 변호사의 약혼녀가 실종 사건에 연루된 정황으로 1심에서 징역 1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됐다. 1심은 장기 실종 상태인 변호사가 살해됐고 이에 피고인이 연루됐다고 추정하면서도 물증이 없어 살인 혐의로 기소되지 않은 점을 감안해 기존 혐의를 토대로 최대한 중형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대폭 감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최재형 부장판사)는 약혼자가 실종되자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예금을 인출하고 보험 수익금 수혜자를 자신으로 바꾼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최모(31.여)씨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이 약혼자의 실종에 관련됐고 이에 따른 뒷마무리로 계획적으로 범행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공소 사실보다 훨씬 무거운 다른 범죄사실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할 경우 엄격한 증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증거들을 종합하면 공소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심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도 없다. 원심은 피고인이 약혼자의 살해에 직ㆍ간접으로 관여됐다는 사실을 전제로 했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의심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양형 요소로 참작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약혼자의 살해에 관여됐다는 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피고인에게 불리한 요소로 참작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의 형의 양정(量定)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은 약혼자가 결혼을 피하기 위해 잠적했다고 생각해 배신감에서 범행했다지만 이전부터 약혼자 몰래 다른 남자와 동거했고 실종 한달이 지난 상황에서 수 회에 걸쳐 범행한 점을 보면 이 주장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인터넷 구직 사이트를 통해 최씨를 만난 뒤 부탁을 받고 약혼자 행세를 하며 범행을 도운 이모(36)씨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최씨의 약혼자였던 변호사 이모(35)씨는 2004년 7월 말 퇴근길에 갑자기 실종됐고 최씨는 이후 이씨 카드로 명품 구입 등에 800여만원을 쓰고 인감증명서를 위조해 7천만원을 인출하려 했으며 실종 한달 전에는 이씨가 숨질 경우 자신이 수억원의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수혜자 명의를 변경했다. 경찰은 지난해 최씨를 용의자로 체포했지만 물증이 없어 사기와 사문서 위조 등 5개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으며 1심은 `최씨가 실종 사건에 관련돼 있고 계획적 범행을 저질렀다'면서 사기죄의 법정 최고형인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