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의 다크호스로 '카테고리 킬러(category killer·전문 할인점)'가 주목받고 있다.


성숙 단계에 접어든 백화점 할인점 등 기존 종합형 유통 업태의 틈새를 비집고 헬스&뷰티(올리브영,GS왓슨스) 신발(ABC마트) 사무용품(베스트 오피스) 등 특정 품목에 특화한 '킬러'들이 유통시장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것.


◆'카테고리 킬러' 시대 왔다


지난해 1월 GS리테일과 손잡고 'GS왓슨스'를 연 홍콩 왓슨그룹은 한국의 뷰티시장 규모가 올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의 주거환경개선용품 전문업체로 지난해 한국에 1호점을 연 B&Q는 국내 관련 시장을 15조원으로 보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이 추정한 지난해 국내 전체 유통시장 규모는 150조원.카테고리 킬러 시장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덩치다.


카테고리 킬러 시장 선발 주자들의 성적표는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


CJ가 운영하는 헬스&뷰티숍인 올리브영은 2004년 204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89.8% 성장한 데 이어 작년(305억원 추정)에도 매출 증가율이 49.5%에 달했다.


GS리테일은 공격적인 투자로 현재 4개인 매장 수를 올해 안에 1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2002년 12월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신발 전문점 ABC마트는 2003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한 데 이어 작년엔 매출이 450억원에 육박했다.


이마트는 '스포츠 빅10'이란 브랜드로 스포츠용품 전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태세다.


◆확산되는 유통 혁명


전문가들은 카테고리 킬러의 등장으로 '유통단계 축소→소비자 가격 하락'이라는 유통혁명이 여러 품목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노은정 신세계유통연구소 과장은 "할인점이 등장해 산지 농가에서 할인점까지 직송되는 형태로 농수산물 유통이 바뀌자 중간 도매상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며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도 특정 상품을 대량 구매,유통단계를 단축시켜 소비자에게 싼 값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가전용품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인 하이마트가 등장하면서 2000년까지만 해도 80여개에 달했던 용산가전도매협의회 소속 회원사는 지난해 30곳으로 급감했다.


유승수 이마트 스포츠용품 바이어는 "수입 의류의 경우 벤더나 한국지사 등을 경유해 들어오다 보니 최종 소비자가격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중간마진으로 새나가고 있다"며 "대형 할인점들이 스포츠용품 시장에 뛰어들어 바잉 파워를 갖게 되면 현재보다 가격이 최소한 20∼30% 이상 떨어질 여력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식이 결합된 서비스를 판다는 게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의 최대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