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9일 원.달러 환율의 하락에 대해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하락 속도가 조정되겠지만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970원 밑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또 달러 약세가 글로벌 트렌드로 대세화된 만큼 외환당국이 단기적인 개입보다는 기업들이 대응할 시간을 벌 수 있도록 환율 하락 속도 조절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원.달러 환율 급락은 지난 주말 뉴욕 외환시장서 엔.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진 데 영향을 받았다. 미국의 금리 인상 행진이 생각보다 조기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달러 약세 기조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단기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970원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아무리 개입해도 원화가 `달러 약세'라는 글로벌 트렌드에 동조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환율 하락이 완만하게 진행되면 환리스크 관리 체제를 원활하게 가동하고 수출입 계약에서 환율 전망을 반영, 계약가를 수정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속도가 너무 빠르면 기업들이 환율변화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 주가나 환율 등 금융시장에서는 기대심리가 한 방향으로 쏠리면 오버슈팅(과도한 매수나 매도)이 나타나는 속성이 있고 현재 외환시장에서도 `달러 약세' 심리가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화 절상은 내수면에서 플러스(+), 수출면에서 마이너스(-)지만 우리나라처럼 경제 성장을 수출이 이끌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수출의 부정적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 전체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외환당국이 개입해도 변동성을 줄이는 정도의 역할만을 할 수 있을 뿐 전체 기조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효율적이지 않다. 당국은 최근 몇 년 간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를 너무 많이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금유출을 걱정하지 말고 주거용 해외부동산취득 자유화와 개인의 해외직접투자 자유화 대책처럼 해외로 자금이 나가는 통로를 열어줘야한다. ▲이준규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미주팀장 우리나라 경제나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 인식으로 달러의 공급이 수요보다 크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주말 이후 급락세가 다시 시작된 것은 미국의 지난해 12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좋지 않아 미국이 이달 말 금리 인상을 멈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 시장에 불안을 증가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화 강세가 수출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대미 흑자를 줄일 수 있지만 유가와 물가상승 압력을 낮춰 고유가에 따른 경제성장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원화 강세는 수입물가 하락 등을 통해 내수산업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환당국이 지난주 거주용 해외부동산 취득 자유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단기적으로 시장상황을 바꿀 수 있는 정도는 아니고 원화 강세가 한동안 계속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국도 단기적으로는 뾰족한 대책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시장 규모가 커져 당국이 시장에 개입해도 시장을 움직이기는 힘들고 개입하면 오버슈팅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온다. ▲임경묵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환율 급락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외환시장이 오버슈팅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고 환율의 방향을 바꿀 정도의 당국 개입은 손실만 크다. 외환당국의 환율 대책이 수출기업,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대기업들에 혜택을 주고 있지만 내수기업과 가계 등은 상대적으로 수혜가 없거나 오히려 손실을 입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