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생보상장 더 미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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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동인 < 금융부장 >
금융권 최대 난제 중 하나인 생명보험회사들의 상장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9년 처음 추진된 이후 16년을 미뤄왔지만 이젠 더 늦추기 힘들다는 인식이다.
최근 중형 생보사들이 (상장을 전제로 한) 증자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시장의 분위기를 읽게 해준다.
물론 군사정권부터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일이 쉽게 풀릴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정부와 업계 모두 지금 해결 못하면 더욱 큰 부작용을 낳을 것이란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그동안 문제가 뭔지 몰라 해결을 못한 것은 아니다.
지난 16년간의 토론 덕에 쟁점은 비교적 단순해졌다.
주식회사인 생보사의 상장 차익을 주주와 계약자가 나눌수 있느냐로 요약된다.
하지만 솔직하게는 수조원(경우에 따라선 수십조원)에 달하는 상장 차익을 회사측이 다 가져갈 것이냐 아니면 계약자와 나눌 것이냐의 '머니게임'이다.
겉보기엔 간단한 문제가 왜 쉽게 결정되지 못할까.
한마디로 두 논리의 대척점에 정부도 쉽게 다룰수 없는 강자들이 맞서있는 탓이다.
상장차익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삼성 교보 등 대형 생보사,그리고 상장차익을 계약자들과 나누지 않는 것은 이들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다.
경제논리를 내거는 '대기업'과 정치 사회논리를 우선하는 '시민단체'의 대결로 압축되고, 그 사이에 낀 정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소신없는 정부 때문에 입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당장 생보업계 전체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국계에 맞서려면 덩치를 키워야 한다며 정부가 아무리 규제완화방안을 내놔 봐야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는 이유다.
실제 대형화는커녕 적지않은 생보사들이 재정위기에 처해 있다는 얘기들도 들린다.
국민경제 차원에서도 생보사 상장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수혜를 볼 곳이 증권시장.적립식펀드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수요가 폭증하는 주식시장에 우량 기업 물량이 대량 공급되면 증시가 크게 활성화된다.
그 과정에서 시중 부동자금이 증시를 통해 생산자금으로 전환되는 등 자금순환과정에서 막힌 물꼬가 어느정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대한생명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도 쉬워지고,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 주식 평가도 가능해져 삼성차 부채문제 해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경제부총리나 금감위원장들도 이런 문제를 잘 알았을 것이다.
그래서 늘 취임 초엔 "생보상장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누구도 결론을 맺지 못했다.
"재벌 편에 섰다는 소리를 듣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경제논리를 어기면서까지 시민단체 편을 들 수도 없고…"라는 이유에서다.
참여정부도 마찬가지다.
2003년 1월 대통령 인수위원회에서 '생보사 연내 상장방침'을 밝힌 뒤 몇 차례 검토가 이뤄졌으나 결국 슬그머니 꼬리를 내려야 했다.
이제 그 짐을 한덕수 경제부총리와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지고 있다.
둘 다 글로벌 스탠더드의 시각을 갖고,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만큼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낼 것이란 기대가 크다.
부디 소신껏 경제의 응어리진 매듭을 풀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