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5세대'는 386세대와는 판이하다.그렇다고 개발시대를 일궈온 기성세대와 코드를 확실히 맞추는 것도 아니다. 경제적인 이해에 대단히 충실하지만 소프트웨어는 다르다. 이들의 사고는 '복잡계'다. 아버지세대인 기성세대나 삼촌세대인 386처럼 직선적이지 않다. 조직과 나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대목은 기성세대와도 삼촌세대와도 다른 이들 만의 특성이다. 통계청의 '2005년 사회통계조사'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이 전국 3만3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와 30대에 노후준비를 시작한 사람이 조사대상의 50∼70%에 달했다. 기성세대들은 이 나이에 조직내부의 경쟁을 통해 출세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이에비해 이들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결코 조직에 함몰되지않고 한 걸음 떨어져서 자신의 미래를 대비한다. 그렇지만 숫자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못하는 법.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다음(www.daum.net) 최대의 재테크 사이트인 '짠돌이'카페(http://cafe.daum.net/mmnix)의 운영진 5명을 만나봤다. 2365세대의 전형적인 면면들이다. 연말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지난달 말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이대표(30·'여행닷컴' 이사,닉네임 '대왕소금') △류요한(31·웨딩컬럼니스트,'웨딩플래너') △고서영(34·금융컨설턴트,'고서영') △임준성(29·금융컨설턴트,'임준성') △김승현(30·서울대 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야옹나비') 등 운영진은 "인생에 있어서 돈은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할 때 필요한 중요한 수단"이라며 재테크와 인생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3시간가량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송종현 기자(사회)=인생에 있어 돈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류요한=극단적으로 얘기하면,'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돈이 있으면 못하는 게 없으니까…어떻게보면 '돈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에 따라 내가 주인공이 되느냐,못되느냐가 결정되는 것 같기도 해요. ◆이대표=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입니다. 편리하고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한 도구라고나할까요. 저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 꽤나 방탕한 생활을 했어요. 오토바이 꽤나 탔죠.(웃음) 그러다보니 남는 게 없더라구요. 그래서 지난 2000년초부터 가게부를 쓰기 시작했어요. 당시에는 남자가 가게부를 쓴다는 것 자체가 드문 일이었기 때문에 '짠돌이'소리 꽤나 들었죠.우리 카페 이름도 그런 사연에서 나온거예요. ◆고서영=돈이라는 게 사람들 사이에서 갈수록 중요해지다보니 금융상품에 대해 원하는 바도 갈수록 커지는 것 같아요. 금융컨설팅을 하는 과정에서 고객들을 접하다보면 특히 그런 점을 많이 느끼죠.예를 들어 예·적금상품에 가입한다고하면,금리가 같을 경우 헬스케어서비스가 제공되는 예금상품을 고르는 식이예요. ◆송종현=가정을 한번 해봅시다. 만약 1억원의 종잣돈이 생겼다고 생각해봐요. 여러분들 같으면 자신들의 '몸값'을 올릴 수 있는 해외유학을 다녀오겠어요,아님 수익성이 확실한 부동산에 투자하시겠어요. ◆류요한=당연히 부동산에 투자하겠어요. 투자수익을 올리고 나면 유학은 그때가서 떠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대표=땅을 사서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경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같은 명성이 알려지면 '나를 통해 투자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을까요. ◆김승현=연구원이라는 신분의 특성상 그런 문제에 대해 남들보다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저도 다른 회원들과 같은 생각이예요. 유학이 곧 자신의 몸값을 결정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학이라는 게 성공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굳이 모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준성=금융컨설팅을 하다가보면 해외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하고 오신 고객들을 접할 기회가 많습니다. 상담을 해드리다보면 '내 금융지식이 이 사람들보다 못하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획득했다고하면,배경같은 것을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치 않습니다. ◆송종현=요즘은 배우자감도 자신의 인생설계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고르는 경향이 강해지는 추세 같은데요. 여기 계신 분들은 다들 남자분들이시니…자신의 배우자감으로 커리어우먼이 좋으세요,아니면 현모양처가 좋으세요. ◆임준성=10년정도는 같이 벌 수 있는 여자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학교 들어갈 때까지는요. 저는 제 인생의 중·장기계획이 세워져 있거든요. 당장 현재에 충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중·장기계획에 맞춰 인생의 단계를 밟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봐요. 계획을 실천하는 단계들이 있는데,그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려면 부부가 함께 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고서영=저는 좀 생각이 달라요. 우리 회사에 여성 컨설턴트분들을 접해보면 남편들보다 돈을 훨씬 잘버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요. 그분들이 돈은 많이 벌지 모르지만 가정생활에는 아무래도 소홀해질 수밖에 없죠.여자들이 일을 하고싶으면,아이가 혼자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로 크고 난 이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류요한=사랑만으로 부부가 살아가는데는 한계가 있지 않을까요. 여자에게도 직장이 반드시 필요한 법이죠. ◆송종현=요즘 젊은 세대들이 윤택한 노후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류요한=현재 누릴 수 있는 것을 희생하면 안돼요. 시간과 돈을 할애해 즐길 수 있는 것은 즐겨야죠.최근에 고모님이 돌아가셨는데,이런 생각을 더욱 굳히는 계기가 됐어요. 남들 즐길 때 같이 즐기지 못하고 중학교때부터 아르바이트 하면서 '돈벌이'에만 몰입한 게 후회가 되기도 해요. ◆이대표=일정 수준을 정해놓고 그 이상을 넘기면 안된다고 봅니다. 돈을 쓸 때 쓰더라도 자신의 경력에 도움이 되는 데 쓰는 게 좋다고 봐요. 그런 게 다 자기자신의 자산이 돼 노후에 도움이 될테니까. ◆송종현=마지막으로 국내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중 한곳의 운영진으로서 요즘 2635세대들의 경제관에 대해 정리를 한번 해주시죠. ◆이대표=시삽으로서 카페를 운영하다가보면,2635세대들 가운데 은근히 보수적인 성향의 경제관을 갖고 있는 회원들이 많아 놀랄 때가 많아요. '절약'과 '저축'으로 대표되는 우리 이전세대의 청교도적 가치관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죠.그렇다고 저금만 하는 것은 아니고…주식 직접투자나 사설펀드를 통한 부동산 투자 등 공격적인 투자방식에 고개를 가로젓는 회원들이 많다는 얘기예요. ◆류요한=웨딩컨설팅 일도 같이 하고 있는데,신혼부부들 상담하다보면 영악한 2635세대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수백억원대 자산가 집안의 예비커플이이 한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여기저기 발품을 파는 모습을 본 적이 많았죠.2635세대는 합리적이지만,그렇다고해서 전통적인 부(富)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는,복합적 성향을 가진 세대라고 봐요.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