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의 최대 재래시장중 하나인 대구 서문시장에서 또 큰 불이 났다. 29일 오후 9시57분께 대구시 중구 대신동 115-370 서문시장 2지구 1층 상가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지하와 지상 2, 3층 상가로 번지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불은 1천60개의 입점 점포를 대부분 태운뒤 발화 2시간여만인 30일 0시12분께 큰 불길이 잡혔으나 화학섬유 등이 타면서 유독가스가 다량 발생한데다, 화재 규모가 커 완전 진화는 새벽께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불은 3층 건물 1층 침구.의류가게에서 최초 발화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인명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불이 난 상가는 오후 7시께 영업이 마무리돼 불이 날 당시 건물 내부에는 사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불을 처음 목격한 경비원 지모(59)씨는 경찰에서 "순찰을 돌던중 2지구 상가에서 많은 연기가 나 119에 신고한뒤 소화기로 불을 끄려 했으나 속수무책이었다"고 말했다. 불이 나자 소방차 100여대와 소방대원.경찰.공무원 등 1천여명 출동해 진화작업을 벌였다. 화재 현장은 의류.침구 등의 상가가 밀집한 지역이어서 유독가스와 연기가 심하게 발생했다. 인근 100m 거리에 소방파출소가 있었으나 2지구의 영업이 끝난 시간대여서 상가 셔터가 내려져 소방인력이 진입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건물은 1975년 지어진 것으로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6천36평(1만9천992㎡)의 슬라브조다. 지하에는 식당가와 대형마트, 1층에는 침구.의류, 2.3층은 원단.포목 점포가 입주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문시장은 총 6개 지구의 상가로 구성돼 있으며 포목, 직물, 의류 등 섬유관련 품목 상가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서문시장에선 지난 1960년대 큰불이 난데 이어 96년 11월 2지구 1층에서 다시 불이 나는 등 최근까지 크고 작은 불이 끊이지 않았다. 1층 식품가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30년 동안 서문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이렇게 큰 불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불이 난 2지구는 건물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으나 개별 점포 보험은 대부분 가입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말을 맞아 대부분의 점포들이 재고를 가득 채워둔 상태여서 큰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2지구는 지난 11월 4-5일 소방점검 업체로부터 점검을 받은 결과, 화재감지기와 유도등의 이상이 확인돼 설비를 보완한뒤 점검결과를 소방당국에 제출했다고 상가 관계자는 전했다. 화재건물은 방화벽이 없어 화재에 취약했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경찰은 화재당시 상인들이 철수한 상태였던데다 건물이 노후했던 점으로 미뤄 누전에 의한 화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시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화재원인을 조사중이다. (대구=연합뉴스) 이덕기 한무선 이주영기자 duck@yna.co.kr mshan@yna.co.kr nan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