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이 1개월 넘게 계속되면서 지금까지 황 교수가 발표한 연구성과에 대해서도 의혹을 보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황 교수팀이 지금까지 발표한 연구성과를 보면 `세계 처음' 또는 `국내 처음'에 해당할 정도의 획기적 내용이 99년 이후 매년 1건 터져 나온다. 특이한 점은 2004년 2월 `사람 배아줄기세포 배양'과 관련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하기 전까지 대부분의 연구성과가 논문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황 교수팀이 직접 발표한 연구성과를 연도별로 정리해 본다. ◇ 시험관 송아지 국내 첫 생산(93년 11월9일) 황 교수가 연구성과를 발표하면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당시 황 교수는 도살된 소의 미성숙 난자를 채취, 체외배양 과정을 거쳐 한우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대리모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송아지 생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황 교수팀의 이 같은 연구성과는 수명을 다하거나 질환 또는 사고로 인해 폐기되는 우량종을 복제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로 평가받았다. ◇ 국내 첫 체세포 복제송아지 `영롱이' 탄생(99년 2월19일) 황 교수가 유명세를 탄 것은 국내 첫 체세포 복제송아지인 `영롱이'를 탄생시키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영롱이'는 핵을 미리 제거한 난자와 다 큰 젖소의 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융합시킨 뒤 대리모 소에 이식시키는 방법으로 탄생시킨 복제 암 송아지다. 영롱이는 세계 최초로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킨 영국과 소를 복제한 일본.뉴질랜드, 쥐를 복제한 미국에 이어 5번째 체세포 복제동물이었다. 영롱이가 태어났을 당시 국내 생명공학계는 `우리나라의 생명공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한 단계 높였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영롱이와 관련한 내용은 담은 논문은 나오지 않았으며 체세포 복제가 아닐지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복제한우 '진이' 탄생(99년 4월2일) 복제젖소 `영롱이'가 태어난 지 두 달 만에 황 교수팀은 복제 한우 `진이'를 탄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진이'도 영롱이와 마찬가지로 체세포 복제방법이 사용됐다. 다른 점은 `영롱이'의 경우 자궁세포를 이용한 데 비해 이 한우 송아지는 귀부분의 체세포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진이'라는 이름을 직접 지어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였다. 진이의 성공 이후 농림부 축산기술연구소에서도 `새빛' 등 복제 한우 5마리를 탄생시키는데 성공했다. ◇ 배반포단계 체세포 복제 성공(2000년 8월9일) 그동안 동물 복제에 주력해 온 황 교수는 2000년부터 사람 체세포를 복제하는 연구에 매진한다. 이 결과 그해 8월에는 36살의 한국인 남성에게서 채취한 체세포를 난자에 이식,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한다. 배반포는 수정 후 5~6일 정도가 지난 단계를 말하는데 보통 과학자들은 배반포 단계까지 배양하면 줄기세포를 확립하거나, 인간 복제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황 교수팀의 배반포 배아 배양이 국내 처음은 아니다. 이에 앞서 국내에서는 98년 11월 경희대 불임클리닉 김승보 박사팀이 시험관 아기 시술 때 폐기된 인간난자에 인간 체세포핵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4세포기까지 배아를 배양했다고 밝혀 국내외에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 `영롱이', 송아지 첫 출산(2001년 4월12일) 국내 최초의 체세포 복제소 `영롱이'가 첫 송아지를 낳은 날이다. 황 교수팀은 이날 37㎏짜리 암송아지를 정상 분만해 우유를 생산하게 됐다고 밝혔다. 돼지와 소 등 대동물의 경우 복제된 후에도 정상분만하는 사례가 많다. 이 당시 태어난 체세포 복제소는 초산 산유량이 일반 젖소의 연간 산유량 6천300㎏보다 20-30% 많은 8천5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당시 황 교수팀의 설명이었다. 이에 앞서 체세포 복제 한우인 `진이'는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한 후 그해 2월26일 송아지를 낳았다. ◇ 형질전환 복제돼지 생산 첫 성공(2002년 2월5일) 황 교수팀은 국내 처음으로 형질전환 복제돼지 1마리가 태어났으나 하루만인 6일 오후 2시께 폐사했다고 발표한다. 당시 태어난 복제돼지는 해파리 추출 단백질로 녹색 형광 빛을 내는 `GFP유전자'가 체세포에 주입돼 노란 색깔을 띠었다. 당시 연구팀은 GFP유전자를 돼지 체세포에 주입해 형질을 전환한 뒤 핵이 제거된 난자에 이 체세포를 넣는 방법으로 핵 이식을 거쳐 대리모에 이식했다고 설명했다. GFP유전자를 이용한 형질전환 복제돼지는 미국 미주리대학의 박광욱 박사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탄생시킨 적이 있다. ◇ 광우병 내성 소, 무균 미니돼지 개발(2003년 2월10일) 황 교수팀은 2003년에는 국내 연구진이 `광우병 내성 소'와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무균(無菌) 미니돼지'를 세계 최초로 생산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힘으로써 거의 1년에 1건씩 대형 연구성과를 발표하는 기염을 토한다. 광우병 내성소의 경우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리온(Prion) 단백질' 가운데 생체 내에서 축적되지 않으면서 정상기능을 하는 `프리온 변이단백질'을 과다 발현시킨 수정란을 대리모에 착상시키는 방법으로 `광우병 내성 복제소' 4마리를 생산했다는게 황 교수의 당시 설명이었다. 황 교수는 4마리의 복제소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 등 검증을 한 결과, 프리온 변이단백질이 과발현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 소는 지난 5월 일본 쓰쿠바 동물고도위생실험실에 보내져 검증작업을 받고 있다. 황 교수팀은 결과가 나오는데 최소 6개월에서 최고 3년까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황 교수는 이날 사람에게 심장, 간 등 장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인간의 면역유전자(hDAF)가 조절된 `형질전환 무균 미니돼지' 생산결과도 함께 발표한다. 황 교수팀에 따르면 이 무균 미니돼지는 3차례에 걸쳐 걸쳐 모두 6마리가 분만 됐으나, 수일 후 모두 폐사했다. 연구팀은 이번 무균돼지가 미국 시카고 의대로부터 분양받은 세포를 이용한 것으로, 무균상태이면서 인체 거부반응이 없고 돼지의 크기를 인간에 맞춰 복제방법으로 탄생시킨 첫 돼지라고 설명했다. ◇ 사람 배아줄기세포 배양(2004년 2월12일) 황 교수팀은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배아(胚芽) 줄기세포'를 만들어 신경세포로 분화시키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함으로써 세계적 생명공학자로 주목받게 된다. 당시만 해도 쥐나 토끼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주입하는 `이종간 핵이식'을 통해 줄기세포를 만들어 특정 세포로 분화시킨적은 있었지만 사람의 난자에 사람의 체세포를 주입해, 신경세포로 분화시킨 것은 세계 처음이라는 점에서 학계는 흥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연구성과는 채 2년이 못돼 진위를 가리기 위한 검증대에 올려지게 됐다. ◇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배양(2005년 5월20일) 황 교수팀은 2004년 2월 체세포 복제방식의 사람 배아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밝힌 데 이어 1년여만에 난치병 환자의 체세포를 복제하는 방법으로 `맞춤형 배아줄기세포' 11개를 만들었다고 발표한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인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주요논문으로 실렸으며 황 교수팀은 영국 런던에서 전세계 기자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은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판명난 것은 물론 줄기세포 자체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져 세계 과학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