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영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sylee1657@kita.net > 얼마 전 '2006 독일 월드컵'을 위한 조 추첨이 끝나면서 한국축구의 향배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일단 우리가 속한 G조에 프랑스를 빼고는 이렇다 할 강팀이 없기 때문인지 성격 급한 일부 마니아들은 '8강',아니 '4강'행을 점치고 나섰다. 하지만 묘한 것은 우리와 같은 조에 속한 국가들의 반응이다. 프랑스 축구팬들은 우리나라 못지 않게 쉬운 상대를 만났다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스위스 축구팀 감독은 '4년 전과는 다른 한국'을 지적하며 자신감을 드러냈고,토고 감독 역시 '경기는 해봐야 아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월드컵 개막까지 5개월여의 시간이 남은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전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실력 향상에 주력하는 것인데,다행히 우리 팀은 최근 세 차례의 A매치에서 2승1무의 좋은 성적을 내는 등 갈수록 실력이 나아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아드보카트 감독이 있었다. 2002년 이후 추락을 거듭하던 한국축구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 아드보카트 감독은 '많이 뛰는' 축구를 도입하고 선수끼리 경쟁토록 하는 용병술로 팀 컬러를 크게 바꾸었다. 특히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도록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필자는 최근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보다 크게 높은 5%로 발표한 것을 보고,우리 축구 대표팀의 자신감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한은은 물론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나 투자기관들도 세부적인 전망치는 다소 다를지라도 희망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마찬가지였는데,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내수 부문의 회복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수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만 해도 대다수 국민과 기업들이 향후 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이것이 소비와 투자를 억제시켜 다시 국내 소비 저하와 투자 감소로 이어지는 심리적인 측면이 컸었다. 그래서 중앙은행의 내년 경제전망 발표치를 보고 '우리 경제가 서서히 자신감을 되찾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2002년 '4강 신화'의 주역 중 한 사람인 핌 베어벡 대표팀 수석코치는 얼마 전 예비 축구지도자들에게 "현재 한국에 재능 있는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많으며,이들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경험만 쌓으면 앞으로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우리 경제도 여전히 연부역강(年富力强)함을 잊지 말자.영원한 스트라이커 '수출'이 건재한 만큼 '내수'인 수비진만 제대로 받쳐준다면 '경제 월드컵'에서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