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와 투자 수익성에 대한 불안감으로 아파트 리모델링이 활기를 잃고 지지부진한 반면 상가와 오피스 등 상업용 건물 리모델링은 활발히 추진돼 관심을 끌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광진구 워커힐아파트는 지난 10월 리모델링 추진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개최했지만 사업 안건이 부결됐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가구당 1억원 가까이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하고 공사 기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 조합원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아파트는 14개 동 중 1개 동이 이미 리모델링을 마치고 입주까지 했지만 나머지 13개 동 주민들은 리모델링이 아닌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용적률 제한이나 임대아파트 의무 비율 등을 고려할 경우 재건축이 어렵기는 하지만 리모델링보다는 수익성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아파트 리모델링을 하려면 주민 동의율이 80%에 이르러야 한다는 관련 규정도 걸림돌이다.


한 건설사의 리모델링 관계자는 "비용에 비해 효과가 적다며 시큰둥한 조합원이 있는 것은 물론 임대 수입을 걱정하는 임대용 아파트 소유주,수백만~수천만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자기 아파트 내부를 새 단장한 사람들과 이주를 꺼리는 노년층까지 합하면 도저히 80%의 동의율을 맞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H건설 D건설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한때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했다가 대부분 다른 팀과 통합하면서 축소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반면 오피스빌딩 리모델링은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외국계 투자자본들이다.


국내 요지의 랜드마크급 빌딩을 사서 수십억원을 투자해 리모델링하면 수백억원,때론 수천억원의 차익을 받고 되팔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알려진 싱가포르 투자청(GIC)이 대표적이다.


계열사인 부동산투자 전문회사 GIC RE를 설립해 1999년부터 신천동 시그마타워(일부),회현동 아시아나빌딩,무교동 코오롱빌딩 등을 사들여 리모델링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실시,높은 임대 수익을 올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면적 1만여평 규모의 회현동 아시아나빌딩은 약 80억원을 들여 건물 외관과 내부 마감재 등을 새로 꾸미고 이름도 '프라임 빌딩'으로 바꾼 뒤 평당 4만원 수준이던 임대료가 5만5000원 수준으로 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가 리모델링도 활발하다.


동대문 쇼핑타운의 프레야 타운은 최근 리모델링을 마치고 '청대문'으로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인근 청평화 상가도 청계 고가도로 철거와 함께 서울시청으로부터 사업비용 일부를 지원받아 건물 외관을 깨끗이 단장했다.


서초구 반포동의 현대백화점 아울렛은 최근 '리나쉔떼'라는 이름으로 재오픈했다.


저가 할인 품목을 주로 팔던 매장에서 고급 명품 백화점으로 변신하기 위해 리모델링한 사례다.


외국계 투자기관 리먼 브러더스가 지난 6월 매입한 명동 신원빌딩(유투존)도 내년 중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풍림산업 정국현 과장은 "상가나 오피스 리모델링은 아파트처럼 골조를 다 뜯어낼 필요 없이 건물 외관만 깨끗하게 바꾸고 로비 복도 화장실 등 공용시설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바로 임대료와 매매가를 높일 수 있어 앞으로도 리모델링 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