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노사가 조종사 파업 이후 처음으로 협상을 가졌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됐다. 노사 양측은 정부의 중재에 따라 9일 오후 3시 인천 대한항공 화물청사에서 협상에 들어갔으나 정회를 거듭하다 결국 4시20분께 협상 종료를 선언했다. 협상은 10일 오후 3시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기존의 기본급 및 비행수당 6.5% 인상안에서 물러나 4.5% 인상이라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사측은 '선 파업철회 후 협상'을 거듭 강조하며 기본급 2.5% 인상안을 고수했다. 김태원 노사협력팀장은 "형평성을 감안해 1만5000명의 일반 직원들보다 연봉이 2.5배나 많은 조종사들에게만 기본급 인상을 해줄 수는 없다"며 회사가 물러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이에 대해 노조측 관계자는 "회사가 긴급조정권 발동과 여론을 등에 업고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며 회사측의 강경한 입장을 비난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조종사 파업으로 심각한 '노노 갈등'에 직면해 있다. 지난 8일 승무원 정비사 등 일반 노조원 1만여명이 가입해 있는 일반노조는 "조종사만을 위한 파업은 그만둬야 한다"며 조종사 파업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일반노조 관계자는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1만여명의 일반직 직원들은 내년에 받을 수 있었던 약 150%의 성과급마저 못받을 처지에 놓였다"고 비난했다. 대한항공 파업 이틀째인 9일 대한항공의 결항률은 53%에서 63%로 뛰어올랐다. 대한항공은 파업 장기화를 대비해 오는 12일까지 제주선을 포함한 국내선 약 90%를 운항 중지한다. 국제선 역시 다음 주 초까지 34%가 결항된다. 특히 항공 수출의 40%를 담당하는 대한항공의 화물기 90%가량이 멈춰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한항공은 항공화물의 운송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항공사의 임차기 1대를 미주 노선에 투입했고 아시아나항공도 휴대폰 LCD 등 고가 제품의 수출 차질을 막기 위해 다음 주에 미주와 유럽노선에 각각 2편의 임시화물기를 투입할 예정이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