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건강보험료 인상폭(3.9%)은 경기 침체 등 어려운 경제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6.84%, 4.5% 인상안을 카드로 각각 꺼냈고, 최악의 경우 5% 이상 인상은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 강했다. 하지만 한국노총과 민노총 등 노동계는 물론 한국경영자총연맹도 경제난 등을 들어 3% 이상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여기에 재경부가 가세하면서 인상폭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실제 이번 3.9% 인상에 따라 건강보험은 적자 재정 편성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흑자 추산분 9천777억원 가운데 9천200억원을 법정 준비금으로 적립해야 하나 이 가운데 4천200억원은 빼 써야 할 형편이다. 준비금이 적다고 해서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몇년간 적자에 허덕이며 준비금이 거의 없었던 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흑자분을 비축하지 않을 경우 보험 재정에 갑작스런 어려움이 닥치게 되면 보험료 대폭 인상 외에는 탈출로가 없게 된다. 그만큼 건보 재정의 건전성이 손상되는 측면이 있다. 이번 보험료 인상으로 지역 가입자가 가구당 월평균 4만7천356원에서 4만9천202원으로, 직장가입자는 5만681원에서 5만2천657원으로 각각 오르게 된다. 직장가입자의 보험료율은 4.31%에서 4.48%로 0.17% 포인트 증가하고 지역가입자의 보험료액은 부과표준소득의 등급별 적용 점수당 126.5원에서 131.4원으로 4.9원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다 연평균 임금인상률(5.5%)과 소득증가분(5%)을 고려하면 실제 보험료 인상률은 9% 안팎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상분중 상당액은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투입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을 찾을 때 환자 본인 부담액이 줄어드는 이점도 있다. 당장 내년부터 의료기관의 식대에 보험이 적용된다. 환자 입장에선 식대 부담이 대폭 줄어드는 셈이다. 또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3대 질환에 대해 보험이 확대 적용되고 초음파 검사도 보험이 신규 적용된다. 이들 3가지 보장성 강화에만 1조원이 투입된다. 여기에다 올해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6세 미만 입원아동의 본인부담금 면제 등이 확정됨에 따라 내년부터 대규모 재정 지출이 본격화 한다. 보건복지부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감안, 국민들의 보험료 부담이 급격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법정 준비금을 일부 사용해 보험료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험료 징수율 제고, 재정 지출의 합리화 등을 통해 수입을 최대화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보험 재정의 건전성을 최대한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