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의 당사자로 가장 큰 피해를 본 황우석 교수는 MBC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입을 열지 않고 있다. 황 교수는 현재 경기도 모처에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이제 어떤 식으로든 국민 앞에서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국민에게 밝히고, 그동안 중단되다시피 했던 연구를 다시 본격화하기 위해서라도 그가 하루 빨리 모습을 나타내야 한다고 과학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 황교수 향후 대처 방향은 황 교수팀은 일단 MBC의 사과방송 이후 진위 논란의 조정역할이 `과학계'로 넘어옴에 따라 줄기세포를 직접 만들어 검증받기보다 다른 과학자들의 논문이나 새로운 연구성과로 후속 성과를 인정받는 `과학적 자정능력'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입장은 당장 과학계 차원의 조사기관을 만들기보다 향후 논문으로 검증받는 자정 시스템에 무게를 두자는 원로 과학자들의 의견을 상당부분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황 교수팀의 일원인 이병천 교수는 "이번 배아줄기세포 연구성과는 연구용이 아니고 치료용으로 기획된 만큼 당장 재연을 하기보다 앞으로 후속 연구성과를 내는 게 바로 검증을 받는 것"이라며 "몇 년 후 제3의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성과가 재연되고 우리가 후속 연구성과를 낸다면 자연스럽게 검증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재 상태에서 황 교수팀이 당장 줄기세포를 만들어 보이거나, 특정 기관에 DNA 검사를 의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큰 변수 없이 황 교수팀의 대응책이 이렇게 정리된다면 황 교수는 입장을 발표할 때 앞으로 논란의 당사자가 된데 대해 `사과'하고 연구에 매진하면서 윤리적 기준과 과학적 사실에 입각한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황 교수는 아직도 칩거를 계속하고 있다. 이는 황 교수의 생각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향후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속단하기 힘들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이런 점에서 황 교수가 직접회견보다 연구 팀원 중 누군가를 내세워 의견을 표명하는 간접적 회견이나 성명서로 대체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의 주변 관계자는 "조만간에 있을 입장 표명은 황 교수가 직접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때문에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황 교수가 해명해야 할 것들 배아줄기세포 진위 논란과 관련, PD수첩과 황 교수팀간의 공방의 핵심은 배아줄기세포주 5개(2,3,4,10,11번) 등 15개의 시료를 대상으로 실시한 DNA검사 결과였다. PD수첩은 미국 피츠버그대의 K연구원의 `중대 발언'과 이 DNA 검사결과를 근거로 내세우며 황 교수를 압박해 왔다. 물론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는 한결같은 입장을 보여왔지만 일부 `의혹'은 아직도 논란거리로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만약 황 교수가 추후 입장표명을 통해 모든 것을 밝히려 한다면 이들 논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야만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론 그 동안에도 황 교수팀 소속 연구원들이 조목조목 해명을 했지만 황 교수가 전면에 나서 설명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사실 황 교수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고 해서 논란이 쉽게 잠재워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은 과학계의 중론이다. 이는 PD수첩이 자신들의 취재내용을 `사실'로 단정하는 강한 집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 `검증'을 하고 넘어가자는 의견도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검증을 한다고 해도 과학계의 어떤 주체가 맡아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는 과학계 내부의 신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학계가 단기적으로 조사단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성급한'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결국 이번 사안은 `과학계' 자체의 자정능력에 힘을 실어 준 만큼 자정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황 교수가 직접 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