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성과를 둘러싼 진위 공방이 4일 MBC의 대국민 사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본 과학계 원로들은 "과학은 과학으로 검증하면 된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과학계는 연구성과에 대한 개별적인 검증 작업을 벌이는 자정능력을 갖고 있다"며 전문성이 없는 언론이 연구성과에 대해 검증에 나선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들은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논란을 과학계가 나서서 종지부를 찍어달라"는 MBC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서둘러 조사단을 구성하는 등 인위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무제 경상대 총장 전문가 집단도 어려운 과학자의 연구성과를 제 3자인 언론이 나서 진의를 규명하려고 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연구의 윤리적 측면에 대해 언론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고 보지만 연구성과의 진의를 언론기관이 나서서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었다. 과학계의 연구성과는 통상 1∼2년이 지나면 자연히 밝혀지게 된다. 제3의 다른 과학자들이 종전의 연구 성과에 대해 개별적인 검증작업을 벌이기 때문이다. 과학계는 그만큼 자정능력이 충분히 있다. 실제로 네이처, 사이언스 등 유명 과학저널에 오류가 있는 논문을 올릴 경우 수 년안에 자연스레 검증이 이뤄져 진실이 밝혀지고, 불미스런 행위를 한 문제의 과학자들은 퇴출된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과학계가 스스로 검증, 문제점이 있는지 여부를 가려내야할 사안이다. 전문성이 없는 언론기관이 제3의 기관에 의뢰하거나 자체적으로 취재를 통해서 연구성과를 가려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황교수의 연구부문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만큼 과학계가 검증해야할 몫이지만 과학계가 서둘러 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은 지양해야 한다. 특히 학문분야가 다른 과학자들이 조사단을 구성하는 방안은 피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과학계의 자연적인 자정 능력을 믿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용만 생명공학연구원 발생분화연구실장 최근의 사태로 인해 과학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까 우려된다. 황 교수의 연구결과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 일반적으로 과학자는 검증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 결과를 발표하는 게 상식이 아닌가. 얼마전 PD수첩에서 전화가 왔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 자신도 다른 연구실의 연구 결과를 알 수도 없고, 따라서 오류를 지적할 수도 없다. MBC는 검증과정에서 신중했어야 했다. 자칫 감정적인 측면으로 흐르는 경향도 보였다. 하지만 MBC가 사과문을 발표했고 남아 있는 논란의 해결은 과학계의 몫으로 남겼다. 이제 소모적인 논란을 끝내야 한다. 언론이 당초 제기한 윤리적인 측면은 황교수 자신이 충분히 사과한 것으로 보인다. ◇정근모 명지대 총장 황 교수의 업적은 객관적으로 검증만 받으면 된다. 물리학이든 생명공학이든 과학은 실험 결과로 객관적인 검증을 받으면 된다. PD수첩은 전문가들이 아니다. 과학적인 문제에 언론이 가정을 전제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부차적인 것을 가지고 쓸데 없는 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 과학은 이론이나 실험 결과에 대해 똑같은 실험이 재연되면서 검증된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나왔을 때 논란이 있었지만 실험으로 증명되니까 조용해졌다. ◇이영순 서울대수의대 교수 PD수첩은 검증할 자격이 없었다. 과학적 사실을 취재하면서 협박을 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었다. 과학적 백그라운드가 없는 PD수첩에서 검증을 한다는 것은 국제 과학계에서 웃음거리가 될 일이다. PD수첩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취재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시인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황우석 교수가 환자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것은 전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아이템이다. ◇연세대 의대 김동욱 교수 이번 황우석교수 사태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답답했었다. 국제줄기세포(ISSCR) 학회에서 한국인 대표로 일하고 있는데 동료학자들로부터 문의가 많이오고 있다.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몹시 난감하다. 이번 일로 인해 우리 과학자들이 논문을 내는데 불신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또 배아줄기세포 분화 전문가로서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위축을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MBC측이 황교수 문제를 과학계의 몫으로 남겨둔 것에 대해 반갑게 생각한다. 배아줄기세포는 전 세계적으로 초보단계다. 하지만 질병치료, 신약개발, 발생학 연구 등에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논란은 한국의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가 더욱 발전하는 성장통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과학계와 윤리학계, 언론계가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서 생산적인 협력을 이끌어가길 희망한다. (서울=연합뉴스) 김권용 박창욱 국기헌 기자 kky@yna.co.kr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