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이 법적 책임이 없지만 도의적 책임을 지고 막대한 규모의 사재까지 내놨는데 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2일 삼성자동차 채권단이 삼성차 대출금과 연체이자 등 4조7천억원의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낼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후 삼성 그룹 임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는 "삼성자동차 대출금과 관련해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소송으로 가겠다면 우리도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고 '점잖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삼성차 채권문제 해결을 위해 사재인 삼성생명 주식 400만주를 내놓은 것 자체가 채권단의 강압때문이었으므로 원인무효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에서도 기업이 파산하면 채권자들이 한푼도 못받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당시 채권단이 대출금을 회수하겠다고 압박해오는 상황에서 회사의 파산을 막기 위해 경영진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적 한계를 넘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약속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의 소송방침에 대해 "채권시효 소멸을 앞둔 상황에서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을 경우 배임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에 그들로서도 어쩔수 없는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그러나 "법적인 책임을 넘어 도덕적, 윤리적 책임까지 다하기 위해 노력을 다한 사람에게 이자까지 붙여 원금의 2배 가까운 돈을 내놓으라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삼성차 채권문제가 꼬이게 된 삼성생명의 상장이 불발된 데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상장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시민단체들의 주장 때문에 결국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라고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삼성의 또다른 관계자는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변칙증여 의혹, '삼성공화국' 비판론, 이 회장의 셋째딸의 사망에 이르기까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악재로도 모자라 단군 이래 최대규모의 소송까지 당하게 됐다"면서 "이것이 삼성에 닥친 마지막 악재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추왕훈 기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