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송회사 간부인 김삼모씨(37)의 취미는 장난감 수집이다. 예전부터 하나,둘 모아온 장난감이 지금은 방 하나로도 부족해 옥탑방까지 가득 채워져 있다. 어른 손가락 크기의 미니 자동차부터 프라모델('플라스틱+모델'의 일본식 조어,조립식 모형 완구),봉제 인형,공룡 완구 등 그가 소유한 수백여 가지 장난감들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최근 들어 김씨와 같이 장난감 수집에 심취한 키덜트(kidult:kid+adult의 합성어로 아이 같은 어른을 일컫는 말)족이 늘어나면서 수년간 침체돼 왔던 완구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일본 유명 애니메이션 주인공 로봇인 '건담' 프라모델은 요즘 남성 키덜트족 사이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다. 온라인 판매업체인 '건담캠프' 관계자는 "대부분 고객이 20~30대 초반의 성인들"이라며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제품 문의를 하고 수십만원대의 고가 건담을 사들이는 성인도 꽤 많다"고 전했다. 인터넷 경매 사이트 옥션에서는 11월 한 달 동안 무려 5000개 이상의 프라모델이 팔려 나갔다. 옥션 관계자는 "블루마블 같은 보드 게임도 구매자 중 80%는 20~30대"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예 성인을 타깃으로 한 프리미엄급 로봇 완구 제품도 앞다퉈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와우위(Wow Wee)의 공룡 완구 '로보랩터'를 들여와 국내 판매 중인 지앤에프는 12월 중 '로보사피엔V2'도 들여올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와우위 로보 시리즈는 영국 판매 1위,세계 판매 3위를 기록한 제품"이라며 "키덜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뉴로스는 로봇 새인 '사이버드' 2종을 개발해 판매에 나섰고,다사테크는 애완용 로봇 '다토'를 내년 초에 출시할 예정이다. 완구업계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컴퓨터 게임,전자 제품 쪽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키덜트족이 유력한 수요층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