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발표된 서울대의 2008학년도 논술고사 예시문항은 기존의 논술고사와 상당히 다르다. 인문계 학생은 그동안 논술고사에서 '∼을 논하라'는 식의 지문을 바탕으로 자신의 견해를 쓰는 문제 1~2개를 풀어왔다. 하지만 서울대는 수리논술을 포함한 3∼4개 문항을 내놓았다. 또 이혼율,지식재산권 등 시사적인 문제도 제시했다. 자연계 학생은 그동안 수학 물리 화학 등 세부과목 문제로 구술면접고사를 치러왔으나 앞으로는 각 교과가 복잡하게 얽힌 통합교과형 문제 3∼4개를 논술고사에서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가 이같은 문제유형을 제시함에 따라 다른 대학에서도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을 서울대와 유사하게 출제할 가능성이 크다. 주요대학들이 일제히 "서울대 예시문항은 교육부 출제 지침을 지키면서도 변별력을 갖췄다"는 논평을 내놓은 것이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통합교과적으로 생각해야 인문계는 인문과학 문학 등의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 비해 사회과 관련 문제 비중이 높아졌다. 또 제시문 간의 교과 연계성도 높아졌다. 2번 문항은 수리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제로 풀이 과정과 답안을 제시한 뒤 원리와 개념이 만들어지고 적용되는 과정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했다. 3번은 주어진 통계나 조건 등의 자료를 해석,응용해 논제를 해결하는 문제였다. 자연계에선 지식의 암기가 아닌 수리적,과학적 사고력을 묻는 문항이 제시됐다. 1∼2번 문항은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찾아 원리를 확인하고 이를 일반화하는 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등 수학적 개념의 이해도를 알아보고자하는 문제였다. 3∼4번 문항은 자연현상을 과학적 원리에 근거해 해석하고 유추하는 논증 과정을 통해 자연현상과 주변사물 등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측정하는 내용이었다. ◆논술 가이드라인은 지켜진듯 서울대가 이날 제시한 예시문항은 일단 본고사형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김인봉 잠실여고 교사(국어)는 "이런 문제마저 논술이 아니라고 한다면 논술문제는 낼 수 없다"면서 "그 정도 문제 수준이라면 학교에서도 가르칠 수 있다는 선생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일부에서 본고사형이란 지적이 나온 자연계 수학 과학 관련 문제와 관련, "공식을 주고 풀이 과정과 정답을 요구하는 문제가 아니라 서술형 문제를 통해 종합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라며 일축했다. 한편 김화진 교육부 대학지원국장은 "필요하다면 지난 8월 말 만든 논술심의위원회에 자문해 서울대가 향후 문제를 수정ㆍ보완할 때 참고하도록 의견으로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