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 잡는 여경' 강순덕 경위(39·구속)에게 군 장성들의 비리를 제보한 뒤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 한 브로커에 대한 수사가 정계와 법조계 인사들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경찰의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H건설로부터 9억원을 받은 브로커 윤 모씨(53·구속)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력 인사 수백명의 명단이 적힌 수첩을 압수,이 명단을 토대로 윤씨가 펼친 각종 로비 정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윤씨는 2003년 군 장성들이 H건설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을 경찰청에 알린 뒤 수사가 시작되자 수사를 무마해 주겠다며 H건설로부터 9억원을 뜯어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로 지난 24일 구속됐다. 당시 강순덕 경위는 윤씨의 제보를 바탕으로 군 장성들을 구속,'장군 잡는 여경'이라는 칭호를 얻었으나 지명 수배된 건축업자에게 경찰 간부 이름의 위조 운전면허증을 만들어 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올 7월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윤씨가 강 경위뿐만 아니라 다른 경찰 고위 관계자들과의 친분도 과시했다는 점을 중시,윤씨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검찰이 윤씨로부터 압수한 그의 수첩에는 경찰 관계자뿐만 아니라 유력 정치인과 판·검사 등 수백명의 사회 고위층 인사 명단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윤씨는 견출지를 이용,자신의 수첩에 '정계''경찰''검찰''법원'이라는 라벨을 붙여 로비 대상을 직역별로 따로 관리하고 있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윤씨를 상대로 H건설의 경우와 같이 다른 '청부 수사'를 통해 금품 갈취를 했거나 브로커 활동을 위해 광범위한 로비를 한 증거가 있는지를 밝혀 나갈 계획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