딕 아드보카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산행(山行)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24일 오후 정몽준 회장과 이회택 부회장, 김주성 국제부장 등 대한축구협회 임직원들과 함께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선전을 기원하며 북한산에 올랐다.


조재진, 최태욱(이상 시미즈 S펄스) 등 J리거들의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날 낮 귀국한 뒤 숙소에 잠시 들렀다 바로 산행에 나서는 강행군을 펼쳤다.


대표팀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출발 예정시간보다 15분쯤 먼저 집합 장소인 서울 평창동 매표소에 모습을 드러낸 아드보카트 감독은 축구협회 측에서 준비한 등산화로 갈아신고 산행을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전 "11월 말인데도 날씨가 좋고 기분도 좋다"고 말문을 연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거 몰린 취재진을 향해 "모두 다 따라 올라 갈 거냐"고 물은 뒤 '그렇다'는 답을 듣자 놀라는 표정으로 "나는 다 안 올라갔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높은 산을 쉽게 접하기 힘든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 감독은 산행 중 "산을 몇년 만에 오르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한국 산의 경관이 참 빼어나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축구가 쉽나, 등산이 쉽나'라는 물음엔 산행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듯 "등산은 대표 선수들에게도 좋은 운동이 될 것"이라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는 "난 지금 당장 휴식이 필요하다"는 장난 섞인 말도 건넸고, 내리막길이 나오자 "계속 길이 이랬으면 좋겠다"며 가쁜 숨을 내몰아 쉬기도 했다.


정몽준 회장은 아드보카트 감독에게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다음달 열리는 세계클럽선수권대회 때 개최국 일본을 찾은 뒤 이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그 때 같이 만나자"면서 이어 월드컵 본선 조추첨 등과 관련한 이야기 등을 나눴다.


산행 중 일선사 부근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던 아드보카트 감독 일행은 스님의 초대로 종무소에 들어가 함께 차를 마시기도 했다.


한편 아드보카트 감독은 J리그 경기를 관전한 소감에 대해선 "열기는 상당했다. 경기장이 팬들로 꽉 찰 정도였다. 하지만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옥 철 기자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