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말 한마디 잘못해 낭패를 겪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말 실수로 곤욕을 치른 CEO 4명의 사례를 소개하며 △횡설수설하지 말고 △말을 바꾸지 말아야 하며 △공손해야 하고 △성의껏 말해야 한다는 등 'CEO가 말할 때 지켜야 할 4계명'을 제시했다. JP모건 체이스 CEO로 내정된 제임스 디몬은 지난달 투자자들로부터 다른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 없는지를 질문받고 장황하게 빙빙 돌려 대답을 하는 통에 투자자들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의 결론은 아직 다른 업체를 인수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었지만 투자자들에겐 횡설수설로 들렸다. 이날 발언은 "내년 초쯤 다른 업체 인수를 고려해 보겠다"던 지난 여름 컨퍼런스 콜에서 한 이야기와는 다른 것이었다. 컨퍼런스 콜 이후 JP모건 체이스의 주가는 급락했다. 자산운용사인 레그 메이슨의 CEO 레이먼드 메이슨은 지난 7월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레그 메이슨이 씨티그룹 자산 운용 부문을 인수하면서 어떻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명확한 대답 대신 "내가 하는 말에 대해 별로 믿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1년 뒤에는 나의 이야기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등의 애매한 말로 의구심만 높여 놓았다. 앞서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 8000만달러는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때와는 다른 태도였다. 연일 급등하던 이 회사 주가는 컨퍼런스 콜 당일 하루에만 8%나 곤두박질쳤다. 달라진 CEO의 발언이 비용 절감에 자신이 없는 것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었지만 말을 잘못한 후 결과적으로 물러난 CEO도 있다. 지난 2001년 당시 엔론의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기업설명회장에서 한 펀드매니저가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하자 기분이 상해 막말을 써가며 그에게 맹렬히 대들었다. 지난 봄 모건스탠리의 CEO이던 필립 퍼셀은 투자자 컨퍼런스 콜에서 무성의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시 회사 내 권력 투쟁의 한 복판에 있었던 그에게 컨퍼런스 콜에서의 답변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있은 지 채 한달도 안돼 두 사람 모두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CEO들을 대상으로 말하는 방법을 지도해온 온 버질 스쿠더는 "요즘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CEO가 자신의 발언에 책임 지기를 요구하며 명확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