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을 기점으로 은행권의 '한판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한해 은행권이 '내실 강화' 등 몸 만들기에 초점을 맞췄다면 내년엔 '영업 강화' 등 본격적인 전쟁을 화두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내년에 가장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조흥 및 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통합작업이 추진중인 은행과 하나은행 등 지주회사 시스템 확립이 시급한 은행도 내치와 외부 전략을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대부분 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 대로 내려오는 등 자산건전성 회복이 마무리되면서 어떤 형태로든 적극적인 영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 내년 시장의 방향성은 = 대우증권 구용욱 팀장은 "내년 은행권은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기존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등 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대부분 은행들이 자산건전성 강화에 관심을 뒀고 그 결과 대손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 효과를 충분히 누렸다. 대부분 시중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1%대에 진입하는 등 더 이상 자산건전성이 시장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구 팀장은 "이제 은행권이 적절한 리스크를 감당하면서 성장에 치중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우량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투자증권 이준재 애널리스트는 "경기가 회복세로 접어들면서 대출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특히 중소기업 대출고객을 어느 은행이 더 많이 확보하는지가 내년 경영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우리銀 "내년은 시장석권 원년" = 전문가들은 2006년 영업대전에서 가장 관심깊게 봐야 할 은행으로 국민은행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농협.우리.신한.조흥.하나 등 국내 금융사들과 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공격에 슬금슬금 밀리던 모습과 사뭇 다른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은행은 사실 올 한해 내내 내치에 치중했다. 신규영업보다 건전성 회복을 목표로 내걸었고 조직통합에 온 힘을 쏟았다. 최근 국민은행은 고객관계관리(CRM)와 고객만족(CS)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부 정비가 어느 정도 끝났다고 판단, 시장 공격을 위한 병기를 손질하고 있는 셈이다. 예금 및 대출 등 분야에서 영업을 독려하는 강정원 행장의 목소리 톤도 점차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올해 2.4분기부터 이미 외형 확대를 위한 시동을 건 우리은행도 내년의 화두를 '영업'으로 삼고 있다. 황영기 행장은 10일 월례조회를 통해 "올해가 빼앗겼던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는 시기였다면 내년은 시장을 석권해 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추종형 전략에서 시장 주도형 전략으로 수정하고 점포수도 더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우증권 구 팀장은 "리딩뱅크로서 국민은행의 복귀, 이미 시동을 건 우리은행의 공세 강화 등이 내년 은행권의 화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신한.조흥, 하나, 외국계 "양보없다" = 신한.조흥은행과 한국씨티.SC제일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내년 화두는 사실 내부 통합이다. 신한.조흥의 경우 내년 9월 전산통합을 앞두고 있고 양 은행간 조직 및 문화 통합 과정이 여전히 현안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노조의 태업 사건에서 보듯 화학적인 통합을 이루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외부적으론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SC제일은행도 양 은행간 시너지를 끌어올리는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내년 경영계획에서 내부 통합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지만 그렇다고 영업을 소홀히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 대전에서 내년이 갖는 독특한 의미가 있는 만큼 내치와 영업을 동시에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 역시 조직 및 문화 통합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사 출범을 위해 뛰고 있는 하나은행 역시 최우선 과제는 계열사간 시스템 확립 등 내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주사 출범 이후 계열사간 시너지를 창출하고 이를 통해 고객들에게 차별화된 마케팅을 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LG카드와 외환은행은 내년 계획을 통째로 수정할 만큼 폭발력이 강한 소재다. 이들 회사가 어떤 주인을 찾느냐에 따라 각사의 경영전략은 수정될 소지가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간 인수.합병과 이후 전개된 내부통합 작업이 마무리된후 본격적인 은행대전이 시작될 것"이라며 "내년은 그 서두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spee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