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중.일 3국 정상들에게 동북아 역사 갈등 해소를 위한 대화를 촉구하고, 이들 나라의 대미 통상관계에서 환율, 지적재산권, 시장접근 보호 등의 '공정 무역'을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몽골 방문과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과 경고"를 거듭 표명하면서도 동북아 지역의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이며, 이 "어려운 문제 협상에는 어느 정도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북한의 경수로 요구와 관련, "북한 핵 폐기에 구체적인 결과가 있어야 하며, (그런 후) 적절한 시점에 경수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는 게 미국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관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오랫동안 친구였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데 한국민이 동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중.일간 역사 갈등에 대한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그 문제는 중.일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일간 문제이기도 하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일 지도자간, 중.일 지도자간 대화를 통해 과거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고 말해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한.중.일 3국 정상들과 '역사 대화'를 많이 가질 것을 시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과거 일로 큰 긴장이 있으며, 과거를 잊는 게 어려운 것은 알지만, 이들 나라 지도자에게 낙관적인 미래를 그려주고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용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통상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자신의 아시아 순방을 "미국 노동자와 기업인들을 대표한 것"이라고 말하고 "무역은 자유로울 뿐 아니라 공정해야 한다"며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회담에서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해 "공정 무역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인권문제와 관련, "좋은 지도자의 제1 덕목은 자국민의 인도적 여건을 걱정하고, 기아와 굶주림이 있으면 그에 대처하는 게 지도자의 책무"라는 말로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우회 비판하고 "인권 가치는 나의 일관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주된 초점"은 한반도 비핵화라는 "숭고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이번 순방국 지도자들과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의 "검증가능한 방식으로 해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대북 협상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선 우리(북한을 제외한 5자)가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분명히 우리 사이에서 대화를 계속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해 5자간 이견 조율 필요성을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새 역할'에 대한 질문에 부시 대통령은 "주한미군은 그동안 한반도와 지역 안정 역할을 해왔다"며 "한반도에서 미군의 이러한 위상(arrangements)은 오랫동안 기능해온 것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효용성있는 모델(operative model)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과 기지 재배치를 언급하며 "한국 정부는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선출된 정부로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므로, 이러한 이러한 재배치는 한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는 상호존중의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양국 관계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일관계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최근 양국간 주일미군 재배치 협정 합의는 "양국 동맹관계의 강고함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중관계에 대해선 "후진타오 주석과 개인적 관계는 매우 좋다"면서도 양국관계는 좋고 나쁜 게 "엇갈리고 복잡하다"며 "아직 해결할 일이 많은" 분야로 무역역조, 지적재산권, 환율, 시장 접근과 함께 중국의 종교자유와 인권문제도 제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요의제로 이밖에 도하라운드 진전, 테러와의 전쟁협력, 조류 독감 대책 등에 대한 논의를 제시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한국의 조선일보, 일본의 아사히 신문, 중국의 신화사 통신과 각 국별 단독 회견식으로 이뤄졌으며, 연합뉴스와 AP, 로이터 통신은 이 회견 참석을 초청받았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