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검찰이 9일 박용성 전 회장과 박용만 전 부회장을 불구속 기소키로 함에 따라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앞으로 기소 이후 법원의 선고가 남아 있긴 하지만 구속 시 따를 수 있는 대내외적인 부담 등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할 수 있게 돼 검찰의 불구속 조치를 무척이나 반기는 모습이다. 두산은 이날 검찰 발표 직후 "사회적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다시 한번 사죄드린다"며 "비상경영위원회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은 지난 4일 박용오 전 회장과의 형제 간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드러난 분식회계 및 비자금 조성 등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그룹 회장직과 부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이후 두산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이른 시일 내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해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키로 한 상태다. 재계는 검찰의 불구속 기소처리 방침에 따라 박용성 전 회장의 주문대로 비상경영위가 '전례 없는 혁신적인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고 이를 이행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두산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비롯 이사회 중심으로 투명경영을 선보인 SK그룹과 지주회사 체제를 도입한 LG그룹의 지배구조 등을 적극 연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같은 맥락에서 2선으로 후퇴한 박용만 전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도 주목하고 있다. 박 전 부회장은 그룹 부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그룹 지주회사격인 ㈜두산과 두산중공업 부회장직은 물론 6개 계열사 등기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박 전 부회장이 주력 2개사의 부회장직을 가지고 있는 것과 관련,비상경영위와 오너가족 사이의 의사 소통 창구역할을 하거나 비상경영위 활동에 입김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박용성 전 회장의 향후 국내외 입지 역시 관심이다. 그룹 회장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직에서 물러난 상태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과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 등 국가 신인도와도 직결되는 해외 직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검찰의 기소에 이어 대법원의 확정 판결 이후에야 해외 직함 유지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두산 관계자는 "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에는 국제 직함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사퇴 직후 "ICC 회장직은 대한상의 대표가 아니더라도 기업인 자격만 갖추면 유지할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 두산 계열사 중 한곳의 등기이사직은 가지고 있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