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자회사 애플은 작년 6월 '세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새로운 매킨토시 운영체제인 '타이거(Tiger)'를 비공개를 전제로 소개했다. 그러나 당시 모임에 참석했던 3명의 개발자가 이 프로그램을 인터넷의 한 정보공유 사이트에 올렸고,이는 블로그(상호작용성을 강화한 개인 홈페이지)를 타고 급속도로 확산됐다. 결국 애플은 타이거 프로그램 제작에 사용된 핵심 기술이 유출되는 피해를 입었다. 블로그가 기업들의 새로운 마케팅 및 홍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으나,이처럼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9일 '블로그 시대의 기업경영'이란 보고서에서 "최근 '블로그 자본주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선진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블로그를 기업 경영에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보의 보고인 블로그를 활용해 고객들의 숨겨진 '니즈(needs)'를 포착해 신제품 개발에 활용하는 것은 물론 '구전(口傳)'보다 빠르고 강력한 '넷전(net傳)'을 홍보 무기로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최근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구글이 블로그 붐의 진원지인 '블로거(Bloger)'와 사진공유 블로그인 '플리커(Flicker)'를 인수한 것도 블로그의 이 같은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블로그는 한번 정보가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할 수 없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기업의 핵심전략이나 취약점이 누출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일례로 미국의 자물쇠 제조업체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는 자사 제품이 볼펜으로 쉽게 열리는 동영상이 개인 블로그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면서 회사측은 자물쇠 리콜에 연 이익의 40%에 해당하는 1000만달러를 쏟아부어야 했다.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영입한 한 직원이 자신의 블로그에 MS와 비교해 복리후생과 급여가 낮다는 글을 올려 회사 이미지가 손상됐다. 펩시는 닥터페퍼 세븐업 등의 음료를 홍보하기 위해 블로그를 활용했으나,블로그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면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보고서는 "기업들은 블로그를 지속적인 정보 경쟁 우위 달성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산업 특성에 따라 블로그의 도입 시기나 방식은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사내 발신용 최고경영자(CEO) 블로그부터 시작해 부작용 여부를 검증한 후 조직 전체,협력사,외부로 점차 적용 범위를 확산해 나가는 점진적인 접근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서는 권고했다. 보고서는 아울러 기업들의 블로그 도입 효과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전제조건으로 △기업 투명성 △블로그를 악용하지 않을 애사심 △정보의 원천으로서 개인의 존엄성 인정 등을 제시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