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64ㆍ한국명 김채곤)씨가 7일 선친의 유해가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영모묘원(永慕墓園)을 찾은 것은 원불교와 깊은 인연의 한 대목을 보여준다. `로버트 김'의 존재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2000년 1월 원불교는 옥중에 있는 김씨를 위해 전주와 익산에서 음악회와 후원회를 잇달아 개최해 적지 않은 영치금을 전달하는 등 물심양면으로 김씨를 도왔다. 이 때문에 김씨는 이날 참배가 끝나자마자 부인 장명희(61) 여사와 함께 곧바로 익산시 원광대 인근에 있는 원불교중앙총부를 찾아 좌산 이광정(李廣淨) 종법사를 찾아 거듭 감사의 뜻을 표했다. 김씨는 "원불교의 후원이 아니었다면 많이 좌절하고 힘들었을 것"이라며 "수감시절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원불교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원불교에 대한 고마움의 단면을 피력했다. 기독교 장로인 김씨와 원불교의 인연은 동생인 열린우리당 김성곤(53) 의원을 통해 시작됐다. 고향이 전남 여수인 김씨의 부모는 각각 지난해 2월과 6월 타계했으나 김 의원은 선산 대신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영모묘원을 택했다. 청년시절부터 원불교 교도(신도)가 된 김 의원은 부모와 형제를 원불교에 입교시킨 데 이어 원불교가 설립한 영산대 교수를 지냈다. 로버트 김씨의 부모뿐 아니라 증조부와 고조부 등의 유해가 이곳에 안치된 것도 김 의원의 깊은 신앙심에서 비롯됐다. 현재 열린우리당 종교특위 위원장인 김 의원은 원불교 청운회장과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사무총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로버트 김씨는 이날 원불교 영모묘원에 들어서면서 "조상들이 산세가 좋고 경관이 수려한 곳에 묻힌 것은 동생 덕분"이라며 장남으로서 못다한 역할을 미안해했다. (익산=연합뉴스) 홍인철 =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