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세제개편 논쟁에 휩싸였다. 미국 '연방 세제개혁을 위한 대통령 자문위원회'는 2일 소득 세율을 단순화하고 소득 공제를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세제 개혁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그러나 개혁안이 나오자마자 과세 형평성을 높이지 못한다는 비판이 여야에서 쏟아지는 등 '초당적 반대'에 부딪쳐 미국 정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제 단순화가 골자 개혁안은 세금 제도를 단순하게 고치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인들은 지금까지 연말마다 수십 장의 증빙 서류를 챙기느라 바빴지만 앞으로는 한 장의 카드만 제출토록 했다. 소득에 따라 6가지 다른 세율을 적용하던 것을 15·25·30·33%의 4가지로 간소화했고 개인 공제·표준 공제·자녀 공제로 나뉘어 있던 세금 공제 제도를 '가족 공제'로 통합했다. 세제 개혁안의 또 다른 핵심 줄기는 최저한도세(AMT)를 없앤 것이다. 각종 공제 후에도 소득의 최소 10%를 세금으로 내게 한 AMT는 고소득자에 대한 공정 과세를 위해 36년 전 도입됐다. 그러나 연소득 7만5000∼100만달러인 중·상위 계층에만 집중 적용돼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자문위원회는 AMT 폐지에 따른 세원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동산담보대출 이자에 대한 세금 공제 혜택을 크게 줄이면 된다고 제안했다. 개인소득세의 최고 세율은 35%에서 33%로,법인세 최고 세율은 35%에서 32%로 낮추기로 했다. ◆초당적 반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개편안에 대해 소득과 소속 당을 불문하고 비판이 거세지면서 부시 대통령이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하원 의원 스티니 호이어는 과세 형평성을 높이는 데 아무 도움이 안 된다며 '유인 상술'이라고 비난했다. 공화당 의원 캐서린 해리스는 공제 축소를 문제삼아 "중산층을 희생시켜 재정 적자를 줄이려는 근시안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고소득층이 개편안에 반대하는 이유는 실망감 때문이다. 대선에서 두 번 연속 부시에게 표를 몰아준 미국 부자들은 소득세를 철폐하고 대신 소비를 많이 할수록 세금을 더 내게 하는 판매세로 대체하는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되도록 로비를 벌여 왔으나 최종 개편안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세제 개혁안은 사회보장기금 개혁과 함께 부시 대통령이 내건 2차 집권 공약 중 가장 중요한 이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