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지도를 바꾸는 대역사(大役事)가 한창이다. 서부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동부 연안지역에 수송하는 서기동수(西氣東輸),남쪽의 물을 끌어 수량이 부족한 북쪽 지역에 대는 남수북조(南水北調),세계 최대 수력발전소인 서부의 샨샤댐에서 생산할 전기를 동부로 보내는 서전동송(西電東送) 등 3대 역사가 대표적이다.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공사다.중국 서부엔 전체 수자원의 75%가 집중돼 있고 천연가스의 58%,석탄의 30%가 매장돼 있다. 중국은 대역사를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지역 경제를 육성하려는 의도를 담고있다는 분석이다.중국 공산당은 최근 향후 5년간의 청사진을 담은 11차5개년(2006-2010년) 규획(規劃)에서 기초시설 건설에 집중하겠다고 밝혀 앞으로 서부지역에서 인프라개발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바뀌는 자원지도 중국의 3대 역사 가운데 서기동수의 진척이 가장 빠르다. 신장과 산시성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총길이 4000km에 달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상하이까지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지난해 말 상업가동에 들어가면서 착공 2년여 만에 완공 단계에 접어들었으나 파이프 라인의 천연가스 수송량을 오는 2007년부터 연간 120억㎥로 확대하면서 아직도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미 1400억위안(약 17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서전동송은 서부지역의 화력이나 수력을 남·중·북 등 3개 송전망을 통해 각각 동부의 화난 화둥 화베이지역으로 보내는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00년부터 매년 300억위안(약 3조7500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상하이 장쑤 저장 등지를 기착지로 하는 중부 송전망의 전력원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로 꼽히는 싼샤댐 건설이 진행 중이다. 1994년에 착공된 싼샤댐은 지난 2003년 물막이 공사가 끝나 부분 가동에 들어갔다. 오는 2009년 완공되면 원전 18기 발전용량의 세계 최대 수력발전소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수북조는 창장(長江·양쯔강)의 물을 북부의 황허(黃河),화이허(淮河),하이허(海河) 등 3개 강으로 돌리려는 프로젝트로 지난 2002년 시작됐다. 2050년까지 4774억위안을 투입해 448억㎥의 물을 끌어댈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완공한 칭하이성~시짱(티베트) 간 총연장 1925km의 철도 공사 역시 대역사로 불릴 만하다. 해발 5052m를 지나면서 페루의 철도(해발 4817m)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높은 철도로 기록됐다. 앞으로 시험운행을 거쳐 내년부터 화물을,2007년부터는 승객운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대역사의 그림자 서부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환경오염과 문화재 유실 등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우선 싼샤댐 건설로 하류의 유량이 줄어든 데다 주변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 하천 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또 남수북조 공사는 고대 문화재와 유적지 700여곳을 훼손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 문회보가 최근 보도했다. 허베이성 북부 만리장성과 남북조 시대의 고분,우당(武當)산의 중세 건축물 등이 제모습을 상실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중부 운하는 춘추전국 시대의 수많은 유적지를 파손하게 되고 산둥성으로 이어지는 동부 운하 건설로 수나라 시대 대운하 및 다리가 수난을 당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