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대우조선해양, LG카드, 하이닉스반도체 등 매각을 앞둔 5개 기업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에 대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로 한 것은 이 문제를 이슈화해 노동계와 정치권의 측면 지원을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의 지분 인수에 대해 경영권 간섭 우려가 적지 않은 우리 기업 환경상 개별 기업으로 추진해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채권단은 노조가 지분을 인수하면 매각에 어려움이 있고 제 값을 받기도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지분 인수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특히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차입형 우리사주제도(ESOP)를 통해 금융권에서 돈을 빌리는 게 필수적인데 선뜻 나설 곳이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 ◇ 왜 지분 인수에 나서나 5개사의 노조가 지분 인수를 추진하는 것은 그동안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들이 투기세력에 팔려 낭패를 본 경우가 적지 않아 이를 막는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노조가 중심이 된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20%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 경영권을 획득하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경영진에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임직원이 매각 과정에 참여함에 따라 매각을 전후해 자주 나타나는 노사갈등 우려도 상당히 씻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 같은 의의에 대해서는 매각 대기중인 기업의 경영진도 상당 부분 동의하고 있어 노조의 움직임은 사측과도 어느 정도 교감이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우건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정부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을 매각하고 나면 경영권을 획득한 이에 대한 통제장치가 전혀 없다"면서 "임직원의 지분 확보는 건전한 감시와 견제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업들도 선진국처럼 임직원이 일정 지분을 갖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바꿔나가야 한다"면서 "공적자금이 투입돼 매각을 앞둔 기업들이 이런 움직임의 첫 단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 추진에는 매각 뒤에도 고용 안정을 보장받으려는 포석이 깔려있다고 재계에서는 보고 있다. ◇ 지분 인수 가능할까 5개사 노조들은 인수 대금을 우선 퇴직금 등으로 충당하고 모자라는 금액을 차입형 ESOP를 통해 금융권에서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차입형 ESOP는 우리사주조합이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살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현재는 비상장기업에만 적용되지만 내달부터 상장기업까지 확대된다. 차입형 ESOP를 통해 빌릴 수 있는 돈은 `우리사주조합의 전년도 임금 총액' 한도 내로, 지분 인수에 필요한 충분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더욱이 정치권 일각에서 정부나 정부출연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할 경우 매각 주식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는 법안을 발의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어 이렇게 되면 우리사주조합의 지분 인수 추진은 한층 탄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선뜻 돈을 빌려줄 지는 미지수다. 돈을 빌려주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대해 정창두 위원장은 "제도적으로 우리사주조합이 돈을 빌려 지분을 확대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정부와 재계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반대하고 있어 성사가 불투명하다. 대우건설의 지분을 50% 가까이 소유하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매각은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적정가격 이하로 매각할 수는 없는데 우리사주조합이 지분 인수에 참여하게 되면 자금 회수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설사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는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회사 정관에 이를 명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주주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면서 "주주 평등권 침해 등의 소지가 있어 동의할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