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은 천정배 장관의 수사지휘권 수용여부와 관련한 대검의 의견수렴 지시 직후인 13일 오후 늦게 각 차장 산하 부장검사들끼리 모여 회의를 열어 평검사들과 부장검사들의 의견을 모은 것으로 14일 전해졌다. 1, 2, 3차장이 각각 주재한 개별회의에서 부장검사들은 4가지 시나리오 등을 상정해놓고 각 부에서 나온 평검사들의 의견까지 소개해가면서 검찰조직에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 무엇인지를 숙고했다. 부장검사들이 제시한 시나리오는 첫째 김종빈 총장이 천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하는 방안, 둘째 지휘를 수용하고 물러나는 방안, 셋째 수용하고 직(職)을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 넷째 거부하고 자리를 지키는 방안이다. 부장검사들은 논의과정에서 김 총장의 용퇴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이 개진됐으나 `지휘권을 수용하고 물러나느냐' 아니면 `거부하고 물러나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장들은 "장관의 지휘가 위법이 아니니까 수용을 하되 검찰 의견과 다른 장관의 지휘를 수용했으니까 앞으로 총장으로서 검사들을 지휘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용퇴를 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만약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고 자리를 지킨다면 장관이 앞으로 구체적 사건에 대해 계속 개입할 여지가 생기게 될 수밖에 없으니 총장으로서는 검찰의 중립성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용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부장검사들은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장관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모든 검사들의 수장인 총장이 설 땅이 어디 있느냐. 검찰조직과 후배 검사들을 위해 거부를 하고 용퇴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의견은 서울중앙지검내 소장 검사들 사이에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이들 부장검사는 전했다. 하지만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고 사퇴하면 검찰조직에 미치는 여파가 너무 크다"며 `거부 후 사퇴' 주장에 대한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총장이 장관의 지휘를 거부하든 수용하든 검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서는 일단 자리를 지키는 것이 급선무라는 의견도 꽤 있었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한 부장검사가 전했다. 총장이 용퇴하면 외부에서 후임 총장이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는데, 그럴 경우 검찰의 중립성은 지금보다 더 보장받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총장 직(職) 유지론'쪽 검사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부장검사들은 4가지 방안 외에 검찰이 경찰로부터 강 교수 사건 일체를 송치받아 처음부터 다시 수사를 시작해 신병처리 등에 대한 결론을 재검토하는 방안 등 제 3의 길을 찾는 의견도 논의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현 사안의 핵심은 더는 강 교수의 신병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냐 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개입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는 것으로 논의방향이 옮아가면서 사안이 더 중대해진 것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장검사는 "전체적으로 강경한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전국 검찰청에서 의견이 수렴되고 대검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그대로 따르자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