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인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한때 모회사였던 제너럴모터스(GM)는 직격탄을 맞아 주가 급락과 신용등급 추가 하락이란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GM이 파산보호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자동차관련 업체들의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이들 기업의 회사채 및 파생상품시장에도 일대 회오리가 일 것이란 견해도 제기돼 델파이 사태는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직격탄 맞은 GM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가뜩이나 경영이 어려운 상태에서 델파이 종업원들의 퇴직연금 등을 떠안아야 하는 데다 부품조달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GM은 지난 99년 델파이를 분사할 당시 2007년 이전에 델파이가 파산할 경우 퇴직연금 등을 대신 지급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이 부담액이 128억달러에 달한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신용평가회사인 S&P사는 10일(현지시간) GM의 장기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단기신용등급을 'B-1'에서 'B-2'로 각각 추가로 하향조정했다. 이로써 GM의 신용등급은 투자등급보다 무려 세 단계나 낮아져 그야말로 '쓰레기 채권'으로 전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GM 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9.93%(2.81달러) 하락한 25.48달러에 마감됐다. 작년 말(40.06달러)에 비해선 36.4%나 폭락한 수준이다. ◆GM의 파산 가능성 거론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이날 "GM의 파산보호 신청 가능성을 기존 10%에서 30%로 세 배 높인다"며 GM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도'로 떨어뜨렸다. "델파이 파산에 따른 부담을 놓고 GM과 노조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 뻔하므로 영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아직까지는 GM의 파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번햄증권의 데이빗 힐리는 "보유 현금과 동원할 수 있는 자금까지 합치면 GM의 유동성은 현재 500억달러가 넘는다"며 "이를 감안하면 GM이 파산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악재는 수두룩하다. 신용등급 추가 하락으로 당장 조달비용이 높아졌다. 구조조정계획은 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는 편이다. GM의 위상 및 브랜드 가치도 하락하고 있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미국 내 자동차 판매가 24% 급감하는 등 영업도 신통치 않다. 파산까지는 가지 않는다고 해도 경영정상화를 위해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얘기다. ◆주식·채권시장에도 불똥 이날 뉴욕증시는 '델파이 쇼크'에 시달렸다. GM은 물론 포드, 다임러 크라이슬러,부품회사인 비스테온 등 자동차 관련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하이일드(고위험 고수익)채권 등을 비롯한 채권시장도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델파이가 발행한 무보증 및 후순위 채권(하이일드 채권 포함)만 30억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매수세가 실종돼 채권값의 폭락은 불가피하다. 델파이 채권을 가진 펀드들도 수익률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프린시펄 자산운용의 사샤 캠퍼는 "지난 5월 GM과 포드의 채권이 투기등급으로 추락했던 때에 비해선 충격이 덜하겠지만 델파이의 파산 신청은 상당기간 채권시장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