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忠 榮 < 중앙대 교수·경제학 > 최근 중국을 방문했을 때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가 그려져 있는 달러화보다 마오쩌둥 초상화가 찍힌 위안화를 더욱 간직하고 싶은 느낌을 받았다. 위안화 값이 오르고 달러 값은 떨어진다는 전망에 대한 조건반사일 것이다. 중국은 수출주도 고도성장에 힘입어 작년 한 해 경상수지에서 690억달러의 흑자를 냈고,미국에 대한 무역흑자는 무려 902억달러에 이르렀다. 중국은 올 6월 말 현재 7110억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1의 외환보유국이 될 전망이다. 지금 세계경제는 성장률 4.4%라는 미국의 호황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불균형의 먹구름에 쌓여 있다. 이른바 글로벌 임밸런스의 단초가 미국과 중국의 양자 교역 사이에서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무역적자는 위험수위를 넘어서 GDP의 6%에 이르고 재정적자 역시 5%를 넘어서고 있다. 게다가 소득능력보다 훨씬 많이 소비하는 탓에 가계저축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라크전에 이은 대형 허리케인 복구 사업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미ㆍ중 간 무역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미국의 끈질긴 절상압력에 대응해 중국은 지난 7월21일 10년간 유지해오던 달러화 페그환율제도를 변동환율제로 바꿨다. 중국은 위안화 2.1%의 소폭 절상과 하루 변동폭을 0.3%로 제한한 싱가포르형 변동환율제도로 바꿨지만 이 정도 수준으로는 중국의 수출과 GDP에 큰 영향을 줄 것 같지는 않다. 미국은 경고등이 켜진 쌍둥이 적자를 메울 재원 조달을 위해 지금 대내외에 걸쳐 국채를 발행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세계 슈퍼파워 미국의 국채를 사들임으로써 미국 경제의 호황을 뒷받침하고 수출시장 확보라는 선순환의 의존 관계를 유지하는 한편 미국의 대외정책을 견제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안보동맹이라는 축대 외에 상호구속성 있는 긴밀한 금융협력을 통해 달러와 엔화 사이의 환율을 조정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패권적 일방주의 정책에 대해 필요에 따라서는 보유중인 미국 국채의 매각으로 반발할 수 있다. 중국 통화당국자가 미국채 보유액을 줄일 수 있다는 말 한마디에 미국 월가가 출렁거린 충격을 이미 경험했다. 중국 통화당국은 위안화 환율 결정에 주요 교역대상국의 통화인 달러,유로,엔, 원화 등 11개국의 통화가 포함된 복수통화 바스켓 제도를 취하기로 했다. 앞으로 중국은 EU와 경제교류를 더욱 확대하고 통화 바스켓 구성에서 다국통화인 유로화의 가중치를 크게 높일 전망이다. 통화 바스켓제도 아래 유로화가 달러화에 약세를 지속하면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강세를 크게 누그러뜨릴 수 있다. 중국은 이제 국가통화체제에도 화평굴기(和平 굴山변에屈 起)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G7 정례 재무장관 회동에 중국은 정규멤버로 참석할 것 같다. 중국이 앞으로 자본자유화로 이행하고,선물환 시장 등 금융시스템을 정비하며,경상수지에서 적자국이 될 만큼 개방체제로 전환하면 위안화의 국제화는 예상보다 빨리 올 수 있다. 러시아 베트남 태국과의 변경지대 교역에서는 이미 위안화로 바로 결제되고 있다. 현재 중국경제의 부상을 볼 때 위안화가 엔을 제치고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대 기축통화가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일본의 식자들은 아시아 금융협력을 논의하면서 역내 결제 통화로 달러,엔,유로화의 바스켓으로 구성된 아시아 공동통화 결제단위를 제안하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 기축통화로서 본격 부상 이전에 엔의 입지를 조기에 구축하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달러,유로,엔,그리고 위안화의 상대적 밀물과 썰물의 교차 속에서 우리의 원화 환율도 합리적 통화바스켓 관리를 강구하는 한편 한국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배양해 원화의 대외구매력을 높여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