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김치의 납 검출량이 국산 김치에 비해 최대 5배 많다'는 한나라당 고경화 의원의 발표로 김치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10일 자체 조사결과를 내놓고 진화에 나섰다. 식약청은 이날 시중에 유통 중인 국산 28개,중국산 30개 등 58개 품목 김치를 조사한 결과 납 검출량이 0.05ppm 이하로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엽경 채소류 허용기준(0.3ppm)의 6분의 1밖에 안 돼 국내산 중국산 김치 모두를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발표했다. 식약청은 이에 앞서 지난달 28일에도 "고경화 의원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발표한 중국산 김치의 납 함유량(0.12∼0.57ppm)은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정한 납 주간 잠정 섭취 허용량(PTWI)의 6.1∼28.8%에 불과하다"며 고 의원 주장에 반론을 폈다.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동화 전북대 교수(식품공학)는 "근본적으로 토양은 중금속에 오염돼 있으며 이번 검사 결과를 보면 납 검출량은 자연에 존재하는 수준"이라며 고 의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식약청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결과와 차이를 보인 데 대해 식품 중금속 검사 분야 권위자인 이계호 충남대 화학과 교수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도핑센터를 통해 검증절차를 거쳐 자신들의 검사결과가 신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계호 교수는 "김치 같은 중요한 식품의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발표할 때에는 누가 어떤 방법으로 검사했고 검사방법의 효율성을 어떻게 검증했는지도 함께 발표해야 한다"며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결과가 분명하지 않음을 지적했다. 식약청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 과정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청했지만 비공개 답변을 받았다며 앞으로 두 데이터를 공개해 검증 작업을 벌여 국민의 궁금증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산 김치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산 장어,국산 향어와 송어 파동에 이어 조류독감까지 우려되는 시점이어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마냥 커지고 있다. 맞벌이 부부인 하소연씨(33·서울 강서구 등촌동)는 "주말에만 집에서 식사를 하는 편이어서 식품을 살 때 가격보다는 신뢰성에 신경을 쓴다"며 "최근 중국산 농수산물의 안전성이 잇따라 문제된 이후에는 중국산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포장김치 브랜드 두산식품 종가집이 전국의 주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에서도 주부 10명 중 8명은 음식점의 김치 원산지 표기 자정운동을 믿지 않는다고 답하는 등 사먹는 김치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식약청 발표에 대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고 의원에게는 검사 수치만 제공했을 뿐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할 수 없고 검사한 시료는 이미 폐기했다"며 자료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의원측은 "납 김치 파동 이후에 채취한 샘플을 그 이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김치 안전관리자문위원회 회의 과정에서도 식약청 조사방법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위원들 간에 이견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