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빠져 나갔던 투신사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이 은행을 통해 다시 MMF로 유입되는 등 시중자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다.


은행권은 지난 한 달간 10조원 이상의 자금을 끌어들였지만 이를 운용할 데가 마땅치 않자 여유자금을 다시 MMF에 맡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 경우 금리 급변 등 금융시장의 불안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부동자금이 실물경제로 흐를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0.2%포인트 차이에 15조원 이동


예금은행 수신은 지난 9월 한 달 동안 10조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7월의 3조1000억원 감소,8월의 1조4000억원 증가에 비하면 이례적 현상이다.


이는 시중은행이 분기 말 유동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경쟁적으로 고금리 특판예금을 판매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하나은행(6조928억원 증가) 신한은행(4조1116억원) 우리은행(3조8421억원) SC제일은행(1조4978억원) 등 4개 은행의 총예금은 9월 한 달에만 15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와 대조적으로 투신사 MMF에서는 9월 중 11조6000억원이 이탈했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수시입출금식 예금인 MMDA의 금리를 MMF보다 높게 제시하자 MMF에 있던 법인자금들이 대거 은행으로 빠져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들은 연리 3.5% 수준의 MMDA를 판매했으며 이 같은 수익률은 투신사 MMF의 목표수익률 연 2.9~3.3%보다 높은 것이었다.



◆시중자금 금융권에서 맴돌아


투신권에서 이탈,은행에 몰렸던 돈이 이달 들어 다시 투신사로 환류되고 있다.


은행들이 특판예금으로 뭉칫돈을 끌어들였지만 마땅한 운용수단을 찾지 못해 단기채권이나 MMF로 운용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그 결과 이달 들어 지난 6일까지 투신사 MMF 잔액은 2조6800억원 증가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대출수요가 없는 데다 MMDA로 유입된 돈은 단기자금이어서 장기로 운용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단기채권이나 MMF로 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최근 1조원가량을 투신사 MMF에 맡겼으며 다른 은행들도 수천억원 이상을 MMF에 예치했다.


투신사들은 현재 법인자금 MMF에 연 3.3% 수준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은행들이 연 3.5%의 MMDA,연 4.5%의 정기예금으로 자금을 유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은행은 역마진을 보면서 MMF에 자금을 맡기고 있는 셈.시중은행 관계자는 "역마진이 나지만 콜(call)로 돌릴 때보다는 MMF의 수익률이 높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단기 부동자금이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는 것은 은행들의 자금운용 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정부의 '8·31부동산종합대책' 이후 엄격히 제한돼 있는 데다 대기업은 대출수요가 없고,중소기업은 신용리스크 때문에 대출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부동자금이 아이들머니(idle money)로 금융권에서만 맴돌 경우 실물경제의 활력이 떨어지게 된다"면서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늘어나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활성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