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규 현대아산 부회장의 비리 내용이 30일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현대그룹의 대북사업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윤규 부회장과의 화해가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분석이어서 향후 김 부회장은 현대의 대북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김 부회장의 남북협력기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현대의 대북사업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어 향후 사업에 심각한 영향이 미칠 전망이며 특히 그의 대표이사직 복귀를 요구해 온 북측이 이번 일을 어떻게 받아들일 지도 주목된다. ◇ 현대-김윤규 결별 수순 현대그룹은 김 부회장의 비리가 불거진 뒤 그를 일선에서 물러나게 하면서도 그가 북측과의 협상에서 일정 역할을 해주길 기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그의 비리를 공개, 더 이상 `김윤규 카드'에 연연해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그룹측은 김 부회장의 비리 내용을 공개하면서 "빠른 시일내에 김 부회장의 거취 문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혀 그의 부회장직 박탈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일 미국에서 입국했지만 곧바로 일본으로 출국, 현재 중국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부회장의 부회장직 박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비리내용이 공개되면서 양측 모두 운신의 폭이 상당히 좁아졌다"고 말해 협상의 여지가 없음을 드러냈다. 그는 또 "이제는 김 부회장이 스스로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때가 됐다"고 말해 김 부회장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이에따라 현대의 대북사업은 김윤규 부회장이 완전히 배제된 채 현정은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이 실무를 챙기는 지금의 체제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김 부회장의 대표이사직 복귀를 요구하며 금강산 관광 규모를 축소하는등 압박을 가해온 북측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것이다. 북측은 김 부회장과의 결별 수순에 들어간 현대에 대해 못마땅해할 가능성이 크며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중재로 성사된 현 회장과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간의 회동도 이른 시일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부회장의 비리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북측도 김 부회장의 경질을 납득하고 변화된 협상 창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현재 현회장과 리종혁 부위원장간의 회동을 위한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김 부회장의 비리가 공개됐을 뿐 기본적인 상황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 대북사업 신뢰도 변화 주목 북측과의 관계 설정 못지않게 정부를 비롯한 국내여론의 흐름도 주목된다. 김 부회장의 비리가 공개되면서 대북사업의 투명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됐고 정부도 향후 대북사업 지원에 앞서 투명성 강화를 선결 조건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백두산관광 시행에 앞서 정부에 백두산관광 도로 포장용 자재의 지원을 요청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의 각종 대북관광사업 수행에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회장의 남북경협기금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일이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대의 대북사업이 보다 투명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아울러 북측이 김 부회장의 경질사유를 납득하고 변화된 대북라인을 받아들인다면 현 회장 체제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