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권위주의 정권시절 논란의 대상이 된 판결들에 대해 내부 확인을 거쳐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적당한 시기에 국민 앞에 사과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대법원장은 사회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봐주기'식 판결이 있다는 국민적 의혹을 감안해 항소심 판결의 양형을 점검하고 사법부 신뢰 회복을 목표로 기존의 고압적인 법정 분위기를 개선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는 26일 오후 기자간담회에서 "1972년∼1987년 사이 사법권 행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논란의 대상이 된 판결들을 법원행정처 송무국 등 행정라인에서 살펴본 뒤 적당한 시기에 의사표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법부의 과거 과오에 사과할 용의가 있음을 피력했다. 그는 과거사 해법과 관련, ▲ 재심기회 확대는 판결에 의해 결정할 문제이고 ▲잘못된 판결에 연루된 인사들을 청산하는 문제는 이미 대부분 당사자들이 법원을 나간 상태이며 ▲외부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조사는 사법권 독립을 저해할 소지가 있어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거 사회 지도층 인사에 대한 법원의 양형이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 있어 이들의 형사사건 항소심 판결 양형이 서민의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조사해 법관 교육과 토론을 거치는 방식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건은 전향적으로 전원합의체 재판에 회부해 심리할 수 있도록 하라고 송무국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해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을 강화할 계획임을 피력했다. 법원에 대한 국민 불신 해소 방안과 관련해서는 "법관 재교육은 `법률교육'보다 `재판진행'에 관한 부분에 집중할 계획이다. 법관들에게 자신의 재판모습을 비디오로 촬영해 직접 살펴보도록 했고 일반직 직원에게는 동사무소ㆍ은행 등 민원창구를 직접 둘러보고 배우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법관의 기존 근무평정 제도가 법원 관료화의 원인이라는 지적과 관련, "근무평정만을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고 다양한 평가방법을 통해 언론과 재야 법조인, 소송 당사자 등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전관예우 문제는 법원이 불구속재판을 확대하면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으며 최근 논란이 된 양형기준제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을 법률로 만들면 수정이 어려운 만큼 법원이 내부에서 시대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바꿀 수 있는 기준표를 만들어 운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예산도 따야 하고 국회에 출석해 정치인도 상대해야 하는 법원행정처장이 대법관을 겸임하도록 돼있는 현행 제도는 대법관의 독립성을 저해할 수 있어 고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외에 ▲판결문 쉽게 쓰기를 추진하고 ▲법원내 비공식 모임 허용기준을 마련하며 ▲전관 변호사들이 `봉사하는 변호사' 상을 정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