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이 땅에 법원을 신뢰하고 존경하는 풍토가 확고히 자리잡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대법원 1층 대강당.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최종영 대법원장은 680여명의 법관과 일반직 간부 앞에서 퇴임사를 읽어내려 가면서 시종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 대법원장은 "최근 여론이나 단체의 이름을 내세워 재판의 권위에 도전하고 폄하하려는 행동이 자주 생겨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또 "정당한 사법절차 외의 방법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왜곡된 의식구조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위태롭게 만들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40년 법관생활을 마감한 최 대법원장은 공판중심주의와 법조일원화 등 산적해 있던 사법개혁 과제를 본 궤도에 올려 놓아 본격적인 사법 개혁 작업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8월 이른바 '대법관 제청파문'과 소장판사들의 연판장 사태 때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까다로운 상관''원칙론자'로 통한다.


하지만 이날 퇴임식 직후 환송 나온 직원과 악수하는 동안 눈시울을 붉히는 등 그의 또 다른 일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