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세율 인상여부를 둘러싼 당정간 대립이 심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일 오전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소주와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주세율을 현행 72%에서 90%로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주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재정경제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세제개편안을 원안대로 `승인'해준 셈. 그러나 이는 열린우리당이 그동안 공식 또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소주세율 인상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조치라는게 당쪽의 반응이다. 당이 `퇴짜'를 놓았는데도 정부는 원안대로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여서 마치 소주세율 인상을 둘러싸고 정부와 당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소주세율 인상논란이 소관 상임위인 재정경제위원회로 무대를 옮겨 또다시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이날 국무회의 의결을 `강행'한 것은 공을 국회로 넘긴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시 말해 소주세율 인상은 수 조원의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 차원에서 검토된 사안이었던 만큼 당이 이에 부정적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해법'도 함께 제시해달라는 주문이 담겨있다는 것. 당은 그간 정부에 소주세율 인상을 갈음할 세수대책을 찾아보라고 권고했으나 정부측은 "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 정책위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예산과 관련된 사안이어서 이미 확정된 정책을 바꾸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이날 국무회의에서 소주세율 인상이 의결된다면 이는 정부의 고민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봐야하며 당.정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볼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재경위 심의단계에서는 소주세율 인상보다는 오히려 세수보완 대책을 검토하는 쪽에 논의의 무게중심이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는게 우리당 관계자들의 얘기다. 우리당 일각에서는 소주세율 인상의 대안으로 ▲정부 보유주식 매각 ▲잡종지 등 국유지 매각 ▲세출예산 조정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생활과 직결된 소주세율 인상을 놓고 여권내의 입장조율이 장기간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시장과 국민에게 `이중 신호'를 보내 정책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