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나갔던 일본 공장들이 일본으로 돌아가고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에 따른 '엔고(高)'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저임금 노동력을 찾아 중국 동남아 등지로 진출했던 일본 기업들이 20년 만에 생산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일본에서 공장을 돌리면 임금 부담은 크지만,생산설비 현대화와 자동화로 생산성을 높이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첨단 기술과 노하우가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12일자)에서 플라자합의 이후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일본을 떠났던 기업들이 이제는 20년 동안 축적한 제조공정 혁신에 따라 높아진 기술력과 생산성을 좇아 일본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소니는 중국 캠코더 공장을 폐쇄하고 일본으로 이동했으며 켄우드는 말레이시아 MD플레이어 공장을 일본으로 옮겼다. 일본 내에 새로 공장을 건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요타는 규슈지역 후쿠오카에 엔진공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가 일본에 생산시설을 건설하는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경차 생산업체인 다이하츠는 11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해 말 오이타현에 조립공장을 완공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큰 섬 네 개 가운데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는 새로운 산업단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흥 시장인 아시아와 가깝고 물류가 발달돼 있다는 이점 때문에 자동차와 IT 부문을 중심으로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카메라와 사무기기 회사인 캐논은 중국 진출을 고려하다가 기술 유출을 우려,규슈 오이타현을 새 공장 부지로 선택했다. 인근 구마모토현에는 소니의 반도체 및 부품 공장과 후지필름의 LCD TV용 필름 공장이 건설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의 유턴은 이제 제조 공정이 기계화돼 인건비가 예전만큼 중요한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일본 최대 공작기계 생산 업체인 야마자키마작의 야마자키 도모히사 사장은 "무인화가 저임금보다 강하다"고 단언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현재 일본에 지어지고 있는 공장들은 그동안 세계 각국에서 쌓은 공장 운영 노하우가 집결돼 생산 효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야마자키마작은 아이치현 공장 생산 설비를 모두 자동화해서 완전 무인화 공장을 실현,리드타임을 3분의 1로 줄였다. 일본 지방정부가 고용을 창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을 유치하는 것도 일본 기업의 유턴에 한몫하고 있다. 광역 도쿄 지역인 가나가와현은 지난해 12월 현 내에 본사와 개발생산거점을 설립하는 기업에 최대 80억엔을 지원하는 '인베스트 가나가와' 제도를 도입,닛산자동차 요코가와전기 등 16개사의 공장 및 연구소를 유치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