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1 부동산종합대책'의 한파가 신규분양 시장에도 거세게 몰아칠 전망이다. 특히 기존 주택시장에 이어 분양 시장에서도 지역이나 평형에 따른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면서 비(非) 인기지역에서는 공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서울 강남권 △대규모 공공·민간택지지구 △중·대형 평형 위주로 청약자들이 몰리겠지만 그 외의 경우 분양시장 분위기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입지별 양극화 지역이나 입지에 따라 신규분양 아파트의 계약률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투기 지역에서의 주택담보 대출을 사실상 가구별 한 건으로 제한한 데다 보유세 부담을 크게 높일 방침이기 때문이다. 가수요가 완전 자취를 감추고 실수요자들이 청약에 더욱 신중을 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외환위기 때도 서울 강남권의 경우 분양이 그럭저럭 됐지만 강북권이나 수도권 외곽은 미분양되거나 중도에 부도가 나기도 했다"면서 "핵심 '블루칩' 지역에서만 분양이 잘되고 나머지는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종완 RE멤버스 사장은 "시장 전망이 괜찮은 곳은 서울 강남권,뉴타운 지구,공공·민영택지지구,2기 신도시,지방 핵심권역 등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입지가 좋지 않은 지역은 더욱 소외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평형별로도 차별화 세금 부담 때문에 '주택을 1채로 단일화하자'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분양 시장에서도 큰 평형 선호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2주택 이상을 보유할 경우 투기지역 내에선 담보 대출을 받기 힘들고 양도소득세 부담도 커지기 때문이다. 박상언 유엔알 사장은 "예전에는 30평형을 기준으로 소형과 중·대형을 구분했는데 지금은 40평형을 기준으로 중·소형과 대형을 가르는 분위기"라며 "신규분양 시장에서 40평형 이상 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창석 부동산퍼스트 이사는 "삶의 질이 높아지면 좀 더 큰 평형에서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방 등에서 70평 이상 초대형 평형이 선보일 경우 오히려 시장에서 외면당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6억원을 넘는 주택에 대해선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건설사들 '되는 곳에서만 분양' 8·31 대책으로 비상이 걸린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블루칩 전략'만을 고수할 태세다. 벌써부터 '분양이 될 만한 곳'에서만 아파트를 지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향후 낙후지역에서의 공급 위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조영호 월드건설 이사는 "앞으로 각 지방에서 최고 입지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게 기본 원칙"이라며 "신규 주택사업을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종욱 우림건설 이사는 "초기 3개월 안에 100% 분양을 끝낼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면 일절 신규 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서 "지방 소도시나 유해 시설이 있는 지역 인근에선 아파트를 공급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A건설사 임원은 "앞으로 분양 도중 판촉이나 할인 등으로 비용이 상승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사의 이익이 충분히 보장됐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행사인 솔렉스플래닝 관계자는 "개발부담금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상당수 건설·시행사들이 아예 손을 놓거나 부도 나는 경우가 허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건설사들 사이에선 좋은 입지의 아파트뿐만 아니라 큰 평형만을 고집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GS건설과 벽산건설은 오는 11월 용인 성복동에서 최소 평형을 33평형으로 설계한 대형 단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작은 평형을 아예 짓지 않으면 서민들의 입지가 점점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