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준 모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 올해도 현대자동차 노사분규는 예외없이 발생했다. 현대차 노동조합은 지난달 23일 기본급 대비 8.48% 인상,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상여금 100% 인상,주간 연속 2교대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결의했다. 임금인상률 8.48%는 퇴직금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12.4%에 달한다. 물가상승률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래 19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노사분규를 일으킴으로써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전대미문의 불명예스런 기록을 갖게 됐다. 이러한 현대차 노조의 모습은 2000년 '황금알(고용)을 낳는 거위(기업)'를 죽여간 유나이티드항공 노조와 다를 바 없다. 당시 조종사 노조위원장이었던 두빈스키는 대폭적인 임금인상을 관철시킨 협정을 체결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마지막 알까지도 내놓도록 몰아붙였다"라며 의기양양해 했다(파이낸셜타임스,2003년 3월18일자).2년 뒤 유나이티드항공은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게 된다. 근시안적 노동운동이 기업을 파탄으로 몰고 간 것이다. 자동차산업에서 성공한 기업으로 도요타와 혼다,그리고 BMW를 꼽을 수 있고,실패한 기업으로 미쓰비시,피아트,닛산 등을 들 수 있다. 성공한 기업의 공통점은 안정된 노사관계와 미래를 위한 착실한 준비 덕분에 생산성과 수익성이 개선되는 선순환적 경로를 보인다는 것이다. 반면 실패한 곳은 대개 구성원간의 일체감 결여로 인한 생산성 및 수익성 악화로 사용자는 미래 대비를 소홀히 하게 되고,노조는 과도한 고용보호를 요구해 경영실적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적 경로를 따라간다는 것이다. 현대차가 이런 악순환 경로를 밟아가는 듯한 모습은 국민을 심히 우려케 한다. 외환위기 이후 현대 기아차가 성장해온 핵심 요인은 수출의존도가 높고 여기서 얻은 재원을 기술개발비에 투입함으로써 설계부문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데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ㆍ기아차의 연간 기술투자액은 1999년 5000억원대에서 2003년 1조4000억원대로 불어났다. 하지만 환율 급락과 고유가로 말미암아 올 1분기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하락한데다 내수시장은 10년 전 수준으로 폭락한 상태다. 자동차 노동생산성의 기준 단위인 'HPV(hours per vehicle)'는 포드,GM의 3분의 2 수준이며 도요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매출액,1인당 영업이익을 봐도 현대의 노동생산성은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해가고 있다. 반면 구매력평가환율 기준을 적용한 임금수준은 GM보다 높고 도요타에 육박하고 있다(세계은행,2003년).최근 3년간 현대ㆍ기아차의 평균 임금인상률은 8.5%로 일본 업체들의 7.0%,미국업체들의 2%에 비해 매우 높다. 도요타는 세계자동차업계 최대의 이익을 내면서도 4년 연속 기본급을 동결하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선진 자동차 기업들이 하이브리드,수소 엔진 등 대체 엔진 개발에 몰두하고 있을 때 현대ㆍ기아차는 미래를 까먹는 전투적 노사관계의 함정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노조는 고용불안정에 대응해 고용안정조항 강화를 요구하고 있지만,이는 배치전환을 어렵게 해 생산비용을 증가시키고 성과를 악화시켜 고용불안을 자초하는 악순환적 고리에 빠져 있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요구하는 과도한 임금인상이나 경영참여는 근시안적 이익에 집착한 결과다. 도요타는 노조가 회사의 인사권 경영권을 인정하는 것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현하고 있으며 세계 5위의 기술개발 투자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반면 닛산은 강력한 노조로 인해 인사ㆍ노무관리에 소극적이었던 탓에 실패했었다. 현대차 노조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죽으면,농부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주민들도 굶게 됨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