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계속되고 있는 유가의 고공행진으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유가 통제력이 상실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서면서 OPEC와 세계 최대의 석유수출국인 사우디 아라비아는 거듭 증산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이같은 다짐은 유가 안정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마드 알 파드 알 사바 석유장관은 다음달 열리는 OPEC 정례회의 때 하루 50만배럴의 증산을 제안하겠다고 밝혔고 주요 산유국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산유량을 하루 150만배럴 늘리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사우디는 또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로 인한 공급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하루 1천100만배럴에 이르는 생산능력을 총가동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석유업계의 일부 경영자들은 그러나 사우디 아라비아의 이같은 방침이 의도는 좋을지 몰라도 비상시에 대비한 OPEC의 공급여력을 상실케 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사우디 아라비아산 석유의 주요 구매업체 경영자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공급안정과 여유 생산능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OPEC가 여유 생산능력 대부분을 소진하고 미국의 산유량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우려가 가실수 있겠는가"고 반문했다. 사우디 아라비아가 과연 언제까지 하루 1천100만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지도 의문거리다. 커설팅업체 바지 에너지의 메디 바지 사장 등 일부 전문가들은 '1천100만배럴'은 상징적 수치에 불과하며 사우디 아라비아의 지속가능한 최대생산량은 하루 1천50만배럴로 현 생산량이 950만배럴인 점을 감안할 때 여유분은 하루 100만배럴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여유분은 대부분 정제하기가 힘들어 정유업체들이 기피하는 중질유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석유업체의 한 경영자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정유업체들이 중질유 정제에 필요한 시설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질유를 더 많이 시장에 내놓는 것으로는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컨설턴트인 제프 파인은 "OPEC는 이제 더이상 유가를 좌지우지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유가는 원유의 공급과 수요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런던 로이터=연합뉴스)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