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1일 중의원 선거를 겨냥한 일본 각 정당의 유세전이 본격화됐다. 집권 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는 20일 각각 자당 후보 지원을 위한 가두연설을 시작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객' 후보를 투입한 우정민영화법 반대파 지역구를 중심으로 지원유세를 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은 자민당과 민주당 후보가 직접 대결하는 비례대표구와 소선거구를 중심으로 오카다 대표와 간 나오토(菅直人) 전대표 등이 지원유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번 선거 최대의 화제인물로 떠오른 호리에 다카후미(堀江貴文.32) 라이브도어 사장과 우정반대파의 핵심인물인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전 자민당 정조회장도 TV출연을 통해 첫 설전을 벌였다. 중의원 해산 후 고이즈미 내각 지지율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자민당과 공명당 등 연립여당 일각에서는 선거에 승리할 경우 고이즈미 총리의 자민당 총재 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자민당은 이날 현재 우정민영화법안에 반대표를 던진 의원이 출마하는 32개 선거구중 무소속으로 출마한 호리에 사장을 포함, 31개 선거구에 대항후보를 내세웠다. 우정민영화 반대파는 와다누키 다미스케(綿貫民輔) 전 중의원 의장 등이 `국민신당'을 창당한데 이어 고바야시 고키(小林興起)의원 등이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별도의 신당을 창당키로 했다. 신당대표는 튀는 언행으로 자주 화제가 되는 다나카 야스오(田中康夫) 나가노(長野)현 지사가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 유세전 스타트 = 고이즈미 총리는 20일 효고(兵庫)현에서 국회 해산후 첫 가두연설을 했다. 이타미(伊丹)역 앞에서 열린 가두연설에는 4천여명의 청중이 모였다. 고이즈미 총리는 "복잡하게 논의할 필요가 없다. 공무원을 줄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모두 찬성하지요?"라며 처음부터 끝까지 우정민영화만 거론했다. 30도를 넘는 무더위에도 예상 외의 청중이 몰리자 고이즈미 총리는 다소 흥분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4년 전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4년전인 2001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고이즈미 붐'에 힘입어 대승했다. 민주당 오카다 대표는 이날 도야마(富山)와 후쿠이(福井)현에서 가두연설을 했다. 오카다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는 `우정 선거'라고 주장하지만 좁은 시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면서 "연금제도 개혁이야 말로 근본적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선거 최대의 화제 선거구로 떠오른 히로시마(廣島)6구에서 맞붙게 된 가메이 시즈카 전 자민당 정조회장과 호리에 다카후미 라이브도어 사장도 이날 히로시마에서 카메라가 연결한 TV프로그램에 출연, 설전을 벌였다. 가메이씨가 "돈으로 사람의 마음을 살 수 있다는 생각하는 사람이 정계에서 뭘 하겠다는 거냐"고 비난한데 대해 호리에씨는 "우정민영화에 왜 반대하는지 물어보고싶다"고 응수했다. 늘 그렇듯 T셔츠 차림으로 나온 호리에는 "민간기업이 되면 요금이 오른다"는 가메이씨의 주장에 "자기 멋대로의 근거없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되받는 등 사회자가 말려야 할 정도로 양보없는 설전을 벌였다. 일본 언론은 호리에 사장이 올 봄 출판한 저서에서 "정치가는 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고이즈미 총리에 대해서도 "우정민영화에 너무 빠져 있다"고 비판했던 사실을 꼬집었다. 호리에는 프로야구 구단 인수 뒷이야기 등을 다룬 저서 `나는 죽지 않는다'에서 "머리가 괜찮은 사람은 정치같은 귀찮고 손해보는 일은 안하지 않겠느냐"면서 "적어도 나는 절대로 안한다. 정치가가 돼야 할 사람은 절대로 안되고 정치가밖에 될 게 없는 사람, 예컨대 2세나 3세 같은 사람이 정치가가 된다"고 주장했었다. ◇ 고이즈미 임기 연장론 = 고이즈미 총리의 출신 파벌 회장인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는 산케이(産經)신문 인터뷰에서 "선거에서 이기면 자민당 총재의 임기를 1년간 연장해 새로운 자민당을 만들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모리 전 총리는 반대파가 신당을 만드는 등 정국이 혼란해져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은 상태"라고 전제, "상처를 꿰매고 실을 뽑아 환자가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자신은 "선거에 이기든 지든 파벌회장을 물러날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연립여당인 공명당 간자키 다케노리(神崎武法)대표도 기자회견에서 선거후 구성될 중의원에서 통과된 우정민영화법안이 참의원에서 다시 부결되면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를 연장해 2007년 참의원 선거때까지 재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간자키 대표는 고이즈미 총리의 임기가 내년 9월까지임을 들어 참의원 부결시 "다음 참의원 선거에서 신임을 물으려면 총재임기를 연장해야 한다"는 지적에 "2년후의 참의원 선거에서 결판을 내야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총리 본인은 임기가 되면 물러나겠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게 기본이다. (임기연장은) 가상의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