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의 마이애미 해변을 가득 메울 만한 1만2천여 명의 어린 학생들. 이들은 운동장과 관중석을 가득 메운 채 카드 섹션과 집단 체조를 펼치고 있다.


입이 쩍 벌어질 만한 스케일과 일사불란한 동작에 묘한 매력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전체주의적인 동작에 반감이 생기기도 한다.


아마도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화려한 스펙터클 중 하나일 듯한 이 장면은 바로 북한이 자랑하는 대집단체조의 모습이다.


서방 세계에서 북한 하면 생각나는 가장 상징적인 장면인 이 '광경'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이미지 그대로의 겉모습일 뿐이다.


하지만 꽉 닫혀있는 듯한 이 집단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 본다면 어떤 게 있을까? 마치 기계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서양의 시선으로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다룬 보기 드문 다큐멘터리 영화 '어떤 나라'(State of Mind)가 26일부터 남한 관객들을 만난다.


진중하게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의 힘이 피상적인 이미지를 깨뜨리고 그 안의 실체에 접근하는 데 있듯, 영화는 비판이나 옹호 같은 의견을 배제한 채 편견을 넘어서 진짜에 가까운 북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중심에 있는 인물은 이 집단 체조에 참가했던 10대 초반의 두 여학생이다.


카메라는 겨울부터 이듬해 가을까지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이들을 보여준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김정일과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하던 2002년과 2003년. 13살 현순이와 11살 송연이는 북한 최고의 행사인 전승기념일의 집단 체조(매스 게임)에 참여하게 된다.


이들 역시 다른 나라의 십대들처럼 가끔은 연습을 몰래 빼먹기도 하고 학교에 지각을 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잔소리를 지겨워하기도 하며 성적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다른 곳의 또래들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에게 다른 나라의 틴에이저들에게는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당에 대한 충성심이다.


이들은 공연에 참여하게 된 것에 감격스러워하며 힘든 훈련을 이겨낸다.


연출자 대니얼 고든 감독은 북한에서 제작한 자신의 첫 영화 '천리마 축구단' 이후 얻게된 북한 당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주민들의 삶에 가깝게 들어간다.


"내 방이 생겨서 무척 좋습니다"고 말하는 송연이의 모습이나 90년대 중후반의 '고난의 행군' 시절을 회고하며 "딸의 생일에 옥수수죽을 끓여먹어야 했다"고 말하는 송연의 어머니의 모습처럼, 영화는 북한 사람들이 자신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 있다.


학교 성적의 하락을 고민하면서, 그리고 부상의 고통을 이겨내면서 그 곳의 아이들이 흥분 속에 대집단체조에 참여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단지 지도자 개인에 대한 충성심과는 다른 차원이 있는 듯하다.


감독은 "이들에게 집단체조는 곧 인생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의 순간이다"고 말한다.


수입사인 동숭아트센터는 이 영화와 함께 고든 감독의 전작 '천리마 축구단'(The Game of Their Lives)을 선보인다.


1966년 런던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북한 축구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로, 이들 두 작품은 26일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와 CGV 강변에서 개봉한 뒤 이후 예술영화전용관인 아트플러스 극장 체인을 통해 지방에서도 상영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