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의 파업에 대해 결국 긴급조정권 발동이란 카드를 꺼내든 것은 더이상 방치했다간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대환 노동부 장관이 지난 주말까지 타결되지 않으면 긴급조정권 발동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3일 발표한 뒤에도 노사 양측은 자율타결에 실패하자 강제조정 결정을 내린 것이다. 정부는 10일 노동부와 건설교통부 차관을 보내 막판 타결을 유도했으나 노사 양측은 견해차를 끝내 좁히지 못했다. ○왜 발동됐나=장기파업으로 인해 해외여행에 나서는 국민들의 불편이 날로 커지는 것은 물론 항공편을 이용하는 반도체,휴대폰,PDP 등 수출품 중 일부가 납기를 어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사자율만 외치며 뒷짐만 지고 있을 경우 직접적 타격을 받은 기업과 국민들의 불만이 고조된다는 점도 긴급조정권이란 극약처방을 쓰게 만들었다. 정종수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이 "조종사 노조의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누적돼 일반 국민과 국가 경제가 감내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른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이번 파업으로 아시아나는 지난달 17일 이후 국제선과 국내선ㆍ화물노선에서 2328편이 결항됐다. 특히 국내선은 제주를 제외한 내륙노선 대부분이 취소돼 2037편이 무더기로 결항됐다. 경제적 손실도 컸다. 파업 이후 지금까지 아시아나는 직접 피해액이 2400억원,관련 업계는 1841억원으로 아시아나와 관련 업계의 손실만도 4241억원에 달한다고 아시아나측은 추산했다. 대체 항공편을 구하거나 일정을 바꾸는 등 유ㆍ무형의 피해를 본 여행객은 51만명이며 수송 차질이 빚어진 화물은 4만2000t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결국 본교섭 20회를 포함,실무교섭까지 50여차례나 교섭이 진행됐지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결짓지 못해 정부의 개입을 초래한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내부 직원들조차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점도 긴급조정권을 발동하게 된 다른 배경이다. 아시아나 항공승무원 등 일반직원 80여명이 지난 3일 조종사노조가 농성 중인 속리산을 방문해 업무에 복귀해줄 것을 호소했다. 승무원 등이 포함된 일반직 노조는 지난 9일 파업을 결의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노조 협상대표들이 쟁의대책위나 상급단체 눈치를 보며 제대로 협상에 나서지 못한 점도 사태를 꼬이게 했다. ○금명간 해결 가능성 높아=이번 파업사태는 조만간 끝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파업이 중지된 만큼 더이상 사용자를 압박할 수단이 없어졌다. 회사측도 자율조정에 또 다시 실패,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중재재정을 받을 경우 결코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이날 노사 양측이 수정안을 잇따라 제시하며 나름대로 타결 노력을 보였던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2003년 7월 현대차 파업과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당시에도 긴급조정이 발동됐지만 곧바로 노사양측이 자율교섭을 통해 타결,중노위의 조정은 개시되지 않았었다. 이러한 상황으로 비추어 볼 때 아시아나항공 사태도 길어야 이번주,이르면 11일 중에 해결될 것으로 노동부는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긴급조정권이 발동되자 노동계는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즉시 전 조직력을 동원해 연대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혀 노정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기설 노동전문·청주=김현예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