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유통업 확장에 제동이 걸렸다. 그랜드백화점 강서점과 인근 강서마트 주차장 빌딩을 사들여 강서 벨트의 핵심 유통단지로 키우려던 계획이 매입 불발로 일단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이랜드개발을 통해 지난 5월9일 그랜드백화점측과 강서점 및 인근 강서마트 주차장 빌딩을 사들이기 위한 `독점협상권 및 매매예약완결권 부여계약'을 맺었었다. 이 계약은 3개월간 양측이 본계약 체결을 위한 조건 등을 놓고 다른 매입 희망자를 배제한 채 단독 협상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양측은 협상 최종일인 8일까지 매매 협상을 타결짓지 못해 결국 본계약 체결은 무산됐다. 이에 대해 그랜드백화점 관계자는 "이랜드가 그동안 말해온 특정국가 투자청 등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이랜드그룹은 최근 해태유통 인수 등 공격적인 인수ㆍ합병(M&A) 시도로 자금 융통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던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랜드 관계자는 그러나 투자자금 유치 애로 지적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전제한 뒤 "우리는 당초 투자자들을 모아 이 매물을 사들인 뒤 위탁 개발하는 형식을 취했었다"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이 매물 심사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결렬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앞으로 그랜드백화점이 재매각을 추진할텐데 그 경우 다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매입을 재시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3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양측이 협상을 벌였으나 협상이 진전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재협상 여지가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이랜드는 이에 따라 당초 1천300억원 가량에 이 매물을 확보해 아울렛과 백화점, 할인점, 영화관, 스포츠센터, 호텔 등을 갖춘 대형 유통센터로 키운다는 복안을 상당기간 유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번 계약의 이면에는 이랜드의 자금동원능력 한계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향후 세이브존 등 다른 매물에 대한 이랜드의 `입질'도 힘이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랜드가 최근 전국에 32개 중소형 슈퍼마켓을 운영중인 해태유통을 인수함으로써 기세좋게 유통업계 강자로 부상할 것으로 주목받아온 분위기는 일단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